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헤지펀드 시장의 회복세가 눈부시다. 전 세계 헤지펀드 업계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한 해 동안 자산의 4분의 1을 잃었지만 2년여 만에 예전 수준을 되찾는 저력을 보였다.

헤지펀드가 관리하는 자산은 연말 사상 최고치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격적인 운용전략이 글로벌 증시의 빠른 반등세와 맞물리면서 헤지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1일 헤지펀드 정보제공업체인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헤지펀드의 총 자산은 1조9173억달러(2109조원)로 집계됐다. 1990년 389억달러에 불과했던 헤지펀드 자산은 2000년대 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07년 1조8684억달러로 48배나 불어났다.

특히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등했던 2006~2007년 사이 자산 규모는 70% 증가하며 헤지펀드 전성 시대를 열었다. 리먼 사태로 2008년 말 1조4000억달러대로 주저앉았던 헤지펀드 자산은 2009년 1조6000억달러대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해엔 1조9000억달러대까지 증가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헤지펀드로의 자금 순유입은 지난해 550억달러의 4배에 가까운 21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연말이면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자금은 사상 최대인 2조25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조143억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영업 중인 헤지펀드 수도 2009년을 저점으로 증가세가 확연하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뉴욕 런던 홍콩 등의 헤지펀드 시장에선 "시체가 즐비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급작스러운 대규모 손실로 자금을 털고 청산하는 헤지펀드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빈사상태에 빠졌던 헤지펀드 시장이 빠르게 기력을 회복한 것은 자본시장이 정상화되면서 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개선된 덕분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10년 하반기 글로벌 10대 헤지펀드가 고객들에게 배당한 수익은 280억달러에 달한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HSBC 등 6대 투자은행(IB)이 같은 기간 기록한 순익(260억달러)을 넘어섰다. 직원이 120명에 불과한 헤지펀드 폴슨앤드코는 작년 하반기 58억달러의 수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줬다. 반면 3만2500명을 거느린 골드만삭스는 이 기간 순익이 43억달러에 그쳤다. 글로벌 IB들이 헤지펀드 앞에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헤지펀드는 대개 주식 헤지,이벤트 전략,매크로 전략,상대가치 등 4가지 투자기법을 사용한다. 주식 헤지는 유망 주식을 사는 동시에 풋옵션을 매수해 위험을 일부 회피하는 '롱쇼트전략',시장 위험을 없애는 시장중립형 포트폴리오,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주식을 공매도하는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부실 기업을 사들여 회복시킨 후 되팔거나 인수 · 합병(M&A) 대상 기업에 미리 투자해 차익을 노리는 것은 이벤트 전략에 속한다.

매크로 전략은 거시지표를 활용해 통화 금리 등에 투자하는 기법이다.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이 즐겨 쓰는 전략이다. 상대가치 기법은 자산유동화증권(ABS)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한다.

HFR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3년간 연 평균 수익률 기준으로 ABS를 이용한 상대가치 전략이 10.70%로 가장 수익률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