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신공항 백지화 유감표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1일 '신공항 난타전'을 이어나갔다. 분열된 여론을 봉합해야 할 정치권이 여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이날 "신공항 문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언급은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태도라고 본다"면서 "정부가 최선을 다해 분석하고 예측한 것에 대해 막연한 기대와 희망으로 미래의 경제성을 말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위선이 아닌 용기의 정치로'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을 통해 "속으로는 철저히 표 계산을 하면서 국민에 대한 신뢰로 포장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잘못된 공약을 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마땅히 사과해야 하지만,공약이니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것도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주류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친박계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성헌 의원은 "지금 동남권 신공항이 안 된다고 하신 분들은 지난 대선 때 이미 신공항의 필요성에 공감하셨던 분들"이라며 "장기적으로 신공항이 필요한지 안한지를 연구해보면 될 문제를 개인적인 표관리나 표퓰리즘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영남권 출신 친이계 의원들의 반발도 계속됐다. 친이계 핵심인 조해진 의원과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 의원도 박근혜 전 대표의 신공항 재추진 의견에 뜻을 같이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신공항 백지화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박주선 김영춘 최고위원은 미래를 위해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신공항 포기는 부도덕하고 비겁한 국정포기"라며 "고속철도 사업도 경제성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 국민들이 고속철도 때문에 반나절권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배숙 천정배 최고위원은 "적어도 대선후보라면 실현성 없는 헛된 공약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