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위기를 전후해 리비아 중앙은행이 소유한 은행에 50억달러를 긴급 대출해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랍뱅킹코프가 뉴욕지점을 이용해 FRB의 긴급 단기자금 대출창구인 재할인창구에서 2008년 10월 11억달러,2009년 가을 40억달러를 지원받았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당시 이 은행에 대한 리비아 정부의 지분은 29%였으나 지난해 12월 59%로 높아졌다.

미 재무부는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반정부 민주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자 그와 리비아 정권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은행에 대해서는 리비아 정부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시켰을 뿐 일반적인 영업은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버몬트주가 지역구인 버나드 샌더스 연방상원의원은 FRB와 재무부 등에 보낸 서한에서 "버몬트에 있는 신용도 높은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받을 수 없을 때 FRB가 리비아 중앙은행 소유의 은행에 수십억달러를 제공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랍뱅킹코프가 긴급 대출을 받은 사실은 FRB가 법원의 명령으로 금융위기를 전후한 2007년 8월1일~2010년 3월1일 재할인창구를 통해 긴급 대출한 자금 내역과 금융사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이 같은 공개 조치는 1913년 FRB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법원이 관련 정보 공개를 끈질기게 요구한 블룸버그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와코비아은행이 60억달러,모건스탠리가 12억5000만달러 등을 대출받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