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 과도정부 수장 직접 선출 제안
연내 총선까지 대통령직 유지 요구..전국 시위 수십만명 참여

야권과 시위대로부터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과 관련해 야권에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 29일 밤 야당인 `이슬라(Islah)'의 모하메드 알-야두미 대표를 만나, 총선을 치를 때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대신 권력은 과도정부에 이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야권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야권이 과도정부를 이끌 수장을 직접 선출하고 연말까지 총선을 치르는 대신 총선까지는 살레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받았다며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는 이날 예멘 수도 사나와 북부 도시 사다, 동부 마리브 등 주요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계속됐다.

야권은 특히 160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28일 무기공장 폭발사고가 정부의 의도적인 소극적 대응 때문에 가능했다며 강력 비난했다.

야권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당국이 무기공장 경비를 담당하던 정부군을 조직적으로 철수시키지 않았다면 `학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주장은 퇴진 위기에 놓인 살레 대통령이 알-카에다 세력의 확장을 막을 수 있는 적임자가 본인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알-카에다의 공격을 방치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장단체는 지난 27일 이 무기공장에서 무기를 약탈해 도주했고, 이튿날 주민들이 남은 탄약을 훔치려 들어갔다가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야권은 또 미국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살레 정권 붕괴 시 대 테러리즘 정책에 실질적인 문제가 우려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이는 미국이 살레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슬라 정당의 유력 간부 셰이크 하미드 알-아흐마르는 "예멘인들은 수개월 안에 예멘에서 테러가 사라지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미국과 유럽은 살레의 퇴진을 직접적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