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가 윤곽을 드러냈다. 투자대상 제한을 풀되 차입규제는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안을 내놨다.

정부는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위해 투트랙으로 접근했다. 자본시장법의 적격투자자 대상 사모펀드를 한국형 헤지펀드인 '전문사모펀드'로 육성하고,사모투자전문회사(PEF)도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터주기로 했다. 하지만 차입한도는 300%에서 400%로 100%포인트 확대하는 데 그치는 등 시장건전성 확보를 위한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 정부는 이 같은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방안에 따른 입법작업을 연내에는 완료할 방침이다.


◆'투트랙'방식으로 헤지펀드 육성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엄격하게 법률적으로 구분되는 용어는 아니다. 특히 한국은 사모펀드 규제가 외국보다 복잡해 개념이 더 헷갈리는 상황이다. 사모펀드는 소수(49인 이하)의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자유로운 투자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를 말한다. 사모펀드 중 투자대상이나 차입금 한도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통상 헤지펀드로 부른다.

정부는 한국형 헤지펀드 육성을 위해 투트랙으로 접근했다. 하나는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라 운용되고 있는 '적격투자자 사모펀드'의 규제를 완화해 주는 방식이다. 이처럼 규제를 완화한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전문사모펀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현행 적격투자자 사모펀드는 금융회사 등 일정자격을 갖춘 기관에는 일반 사모펀드에 적용하는 규제를 완화해 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즉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펀드재산의 50% 이상을 투자할 경우 차입한도를 재산의 300%(일반사모펀드는 10%)로 늘려주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인 전문사모펀드는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의무투자 조항을 폐지했다. 투자대상이 자유로워져 헤지펀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또 자산운용사로 제한돼 있는 자격을 확대해 투자자문사나 증권사에도 허용키로 했다. 물론 자기자본이나 전문인력 운용자산규모에서 일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헤지펀드에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사업에 진출한 증권사에는 헤지펀드 운용자격을 주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다.

헤지펀드 가입 자격도 확대됐다. 적격투자자 대상 사모펀드의 경우 금융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전문사모펀드는 이를 전문투자자로 확대했다. 전문투자자는 일반투자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금융투자자산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법인,50억원 이상인 개인을 말한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금한도를 낮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준을 둘 예정이어서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은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차입금 제한 등 안전장치 마련

투자대상을 풀었지만 차입금 한도는 소폭 확대하는 데 그쳤다. 기존 적격투자자 사모펀드의 경우 차입한도가 자산의 300%인데 이를 400%로 늘렸다.

보고의무도 강화했다. 지금은 펀드등록 후 1개월 이내에 사후보고하면 되지만 전문사모펀드는 사전등록으로 전환했다. 기존 사모투자전문회사도 규제를 완화했다. 지금은 투자대상기업이 발행한 지분증권(주식)을 10% 이상 취득해야 하지만,앞으로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터줬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절반이 글로벌 헤지펀드와 업무협약(MOU) 또는 판매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레버리지

leverage.'지렛대'라는 의미다. 모자란 돈을 빌려서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투자 방법을 일컫는다. 조달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우에 사용한다.

백광엽/김동윤 기자 keoc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