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은행들이 추가 자금 회수에 들어가면서 우량 기업도 부도 공포에 떨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인 상위 5개사 정도를 빼놓고는 건설업체에 대해 신규 대출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며 "요즘 분위기로는 대형 건설사라 하더라도 보증이나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지 않으면 대출금 만기 연장을 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4월부터 건설업종에 대한 신용위험 상시 평가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이 시중은행에서 돈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A은행 관계자는 "과거 신용평가에서 비교적 우량 등급을 받았던 중견 건설업체들이 무더기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번 평가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진행함에 따라 건설사들이 2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길도 사실상 막혔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부도가 난 건설사는 운암건설 등 16곳이다.

건설사가 발행한 채권 거래도 LIG건설 법정관리 사태 이후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발행이 꽉 막혔고,채권시장에서 거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 'A3-' 이하로 분류되는 중견 건설사들이 발행한 3개월물 CP는 지난해 6월 금융권의 건설사 신용위험 등급평가 이후 거래가 끊겼다. 그나마 LIG건설은 '그룹의 지원을 받아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연 8%대의 이자로 CP를 발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일부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을 제외하곤 CP나 회사채를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최근 발행된 건설사 회사채 물량은 롯데건설의 3500억원어치(3년물) 정도다. 한 중견 건설업체는 CP에 자산을 보강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으나 거래 금융회사가 자체 신용만으로 발행이 어렵다며 모기업의 보증을 요구해 포기했다.

한 증권사 신탁부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 가운데 작년 하반기 이후 신규 발행은 물론 만기가 돌아온 CP를 차환(롤오버)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은 곳이 많다"며 "주택시장이 살아나 중견 건설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상당기간 자금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신용등급이 'A0' 이상인 우량 건설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물량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조재길/송종현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