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치론 교수가 학점을 잘 준다. 첫 시간에 '나한테 B+ 맞으면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H대 P학생) "취업난이 심하다. 학점 주는 데 돈이 드냐."(B대 K교수)

대학가의 '학점 인플레' 현상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 · 강사들은 취업난과 수강생 모집 등을 위해 학점을 높게 주고 학생들은 학점 인심이 후한 곳에 줄을 서기 때문이다.

3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공개한 '교과목별 성적평가 및 졸업생 졸업평점 평균' 자료에 따르면 2010학년도 4년제 일반대학 졸업생의 90%,재학생의 74%가 B학점 이상을 받았다. 190개 대학 재학생이 각 교과목에서 딴 학점은 A학점 37.8%,B학점 36.2%다. C학점은 18.3%,D학점 3.5%,F학점은 4.2% 였다.

졸업생(작년 8월,올 2월 졸업생)의 졸업평점 평균은 A학점 35.4%,B학점 54.9%로 90.3%가 B학점 이상이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평점평균은 전년보다 각각 0.2%포인트,0.8%포인트 떨어졌지만 학점 거품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게 교육 당국의 분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대학들이 학점을 후하게 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졸업평점평균 B학점 이상인 학생비율은 국공립대(94.4%)가 사립대(89.3%)보다,수도권 대학(91.4%)이 비수도권 대학(89.6%)보다 높았다. 계열별로는 교육계열이 96.8%로 가장 높았고 인문계열(91%) 자연계열(90.7%) 사회계열(89.8%) 예체능계열(88.6%) 순이었다.

주요 대학 재학생의 B학점 이상 비율은 서울대 · 경희대 82.5%,포스텍 80%,연세대 75.6%,한양대 74.9%,한국외대 · 고려대 74.8%였다. 중앙대 서강대 성균관대도 70%를 웃돌았다. 서울대와 포스텍은 A학점을 얻은 재학생 비율이 49.8%,49.7%로 절반에 가까웠다. 연세대(41.6%)와 한양대(41.4%)도 40% 이상이 A를 받았다.

각 대학의 졸업평균평점 환산점수(100점 만점)는 명신대(전남 순천)가 91.92점으로 가장 높았고 동양대(경북 영주)가 66.95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