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그 덕에 코스피지수는 30일 닷새째 상승하며 2091.38에 마감했다. 지난 1월19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2115.69)를 불과 24.31포인트 남겨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3월 한 달간 증시를 짓눌렀던 리비아사태와 일본 대지진 등 각종 악재의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매년 주식시장이 4월에 강세를 보인 적이 많았다는 점도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4월 강세장' 이번에도 재연될까

코스피지수는 이날 19.25포인트(0.93%) 오른 2091.38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21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의 주가가 많이 뛰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93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1월4일(5365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그동안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 조기 종료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3차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당분간 달러 유동성이 풍부할 것이란 기대로 글로벌 자금이 다시 이머징마켓의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을 노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7.84% 뛰었다. 월간 기준으로 2009년 12월(8.17%)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이런 흐름이 4월에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 근거 중 하나가 '4월 강세장'의 전통이다.

KT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1999년 이후 12년간 코스피지수는 4월에 유독 강세를 보였다. 4월 코스피지수 평균 상승률은 4.1%로 11월(5.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수출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4월부터 주식시장에서는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증시 상승 추세 지속될 것" 낙관

주요 증권사들은 주식시장이 1월 하순께 시작된 조정을 일단락짓고 본격적인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SK증권 등은 코스피지수가 향후 소폭의 등락은 거듭하겠지만 4월 중 2150~2200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이달 중순까지 증시를 짓눌렀던 대외 악재들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꼽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대지진은 주식시장에 악재가 아니었다는 점이 최근의 반등 흐름을 통해 밝혀졌다"며 "리비아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국제 유가는 현재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점도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이달에 7.84% 상승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9.70배에서 9.37배로 낮아졌다"며 "그동안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향후 증시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가 급등과 중국 긴축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1분기 실적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