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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는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무엇보다 경제적 타격이 컸다. 재해 모델링 업체인 리스크 매니지먼트 솔루션은 일본이 이번 사건으로 2000억~3000억달러 정도의 경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은행도 일본의 경제적 손실이 최대 3450억달러로 1995년 한신 대지진의 피해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만만찮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일본 지진관련 국내 중소기업 피해현황'에 따르면 응답기업 280곳 가운데 직접피해를 입은 기업은 103곳,간접피해를 입은 곳은 102곳,모두 205개 기업(73.2%) 으로 집계됐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일본산 부품 공급 차질을 우려해 이달 말까지 부산공장의 주말 특근과 잔업을 중단키로 했고,한국GM도 지난 21일부터 부평공장과 군산공장에 대해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을 중단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필요한 인쇄배선기판용 물질을 생산하는 미쓰비시 가스화학의 후쿠시마 소재 공장이 쓰나미로 가동이 중단됐고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일본 내 22개 공장 중 7개 공장이 정전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다고 한다.

일본의 악화된 경제 상황은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뻗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면서 일본 위기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제전망그룹(EOG)의 버나드 바우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과 일본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의 충격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전기와 휘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위기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일본 대지진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일본 대지진 경제적 충격 어디까지'라는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전자부품,첨단소재 산업의 공급차질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피해의 영향이 적은 지역에서 대체 수요가 발생하면서 산업 활동이 확대되고 경제 성장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경제 침체가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스티브 세네크 일본주식운용본부장은 이 보고서를 통해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 피해가 일본 국내 총생산(GDP)의 2.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신흥시장과 미국이 여전히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남아 있어 일본 경제의 GDP 쇼크가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의 복구와 재건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경제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일본의 낮은 기여도,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의존도 하락 등을 감안할 경우 국내 · 외 경제에 미치는 직 · 간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커다란 위기를 겪은 뒤 전문가들의 부정적 혹은 낙관적 견해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게 주어진 과제는 수없이 많다.

먼저 일본은 엔화의 강세를 막아야 한다. 짐 오닐 골드먼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일본의 국채비율은 국내총생산의 220%이고 이는 그리스의 2배에 달하는 규모"라며 "이제 일본의 도전과제는 한 단계 어려워졌으며 일본이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할 일은 엔화의 추가 강세"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일본을 재건하는 데 있어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지진과 지진해일 피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피해 지역에 원활한 지원 물자 공급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번 사건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는 물론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정부는 부품 소재 재고량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피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정부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정확히 파악,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반등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지방중소기업청도 지난 25일 서울수출센터,중소기업진흥공단 서울지역본부,중소기업중앙회 서울지역본부 등 수출관련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비상대책팀을 만들어 서울지역 내 일본 수출기업 100여 개 사를 중점 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매주 주기적으로 피해상황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중소기업계 모두 일본의 재해가 우리 경제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최소화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발 빠른 대응과 최악을 감안한 시뮬레이션 아래 철저한 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