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의 긴축재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26일(현지시간) 런던 도심에서 열렸다. BBC방송은 이날 영국 노동조합 상급단체인 노동조합회의(TUC) 소속 노조원과 시민 학생 등 25만여명이 시위에 참가했다며 2003년 이라크전쟁 반대 집회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최소 10대의 전세 열차와 800여대의 버스를 동원해 런던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평화적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으나,시위대 일부는 상가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과격 양상을 보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 13명을 포함,66명이 부상당했다고 BBC가 전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에드 밀리반드 당수는 연설을 통해 "정부가 집회에 참가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시위를 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며 "정부는 긴축재정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렌든 바버 TUC 위원장은 "정부에 분명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행진에 참여했다"며 "긴축재정은 국민의 복지와 일자리,삶을 파괴하는 것으로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출범한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연립정부는 연간 1500억파운드(26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복지예산을 대폭 줄이는 한편 공공부문 일자리를 감축하고 세금을 늘리는 등의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청년 실업률은 20.6%를 기록했으며,대학 등록금은 연간 3375파운드(624만원)에서 9000파운드(1660만원)로 오르는 등 국민의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영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후 새해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4.4%를 기록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날 BBC에 출연,"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며 "긴축재정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