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 효과에 힘입어 반도체주들이 강세를 타고 있다.

25일 오후 1시3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18%(2만8000원) 오른 90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장중 90만원대 주가를 되찾은 것은 지난 15일 이후 처음이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도 2%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마이크론의 3~5월 D램 메모리 출하증가율 전망치가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면서 반도체 가격 반등 기조에 추가적으로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지난 23일(현지시간) 2분기(12∼2월) 실적 발표에서 밝힌 3∼5월 D램·플래시 메모리 출하증가율 가이던스는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D램의 경우 5% 이하로 업계 예상치 10% 중반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플래시 역시 5~10%로 추정치 10%중반을 하회했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출하 증가율 둔화는 고마진 제품군 비중을 늘리면서 생산설비 축소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휴대폰·태블릿 수요가 예상추이를 이어가는 가운데 마이크론의 출하증가율 둔화는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마이크론의 출하증가율 전망치에 비춰 예상보다 메모리 공급량 증가 수준이 줄어들면서 반도체 가격 반등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수요 전망도 반도체주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실었다. 마이크론은 올해 PC 평균 D램 메모리 용량이 전년 대비 4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30% 중반 수준인 업계 전망치를 웃도는 수치다. D램 가격의 급상승을 배제한 상태로 추정됐지만 PC 수요 부진을 PC당 D램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면서 상쇄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IT(정보기술) 팀장은 "PC당 평균 D램 메모리 용량 성장률이 작년 20%에서 올해 마이크론 측 예상대로 40% 늘어난다면, PC 출하량 증가율이 작년 15%에서 올해 7∼8% 수준으로 떨어지더라도 결과적으로 반도체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달 하반월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이 반등한 데 이어 이후에도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D램 1GB(기가바이트) DDR3의 3월 하반월 고정거래 가격은 상반월 대비 3.0% 상승한 0.91달러를 기록해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메모리 산업의 매출 대비 설비투자비율은 32%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PC내 D램 메모리 원가 비중은 3.9%에 불과해 D램 가격의 저점 징후가 머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공급량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인 2분기에 D램 가격은 서서히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팀장도 "3월 반등한 D램 고정거래 가격이 2분기 들어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을 전망"이라며 "5월까지 나쁘지 않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