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상선이 25일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늘리려고 하자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양사에 따르면 주총에 앞서 현대상선 이사회가 우선주 발행한도를 현재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현대중공업에 전달했으나 현대중공업은 이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해 현대상선 지분 23.78%를 보유한 2대주주다.

현대상선은 우선주 추가 발행과 관련,"선박 투자 확대 등 긴급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가격이 싸고,전환사채(CB)와 비슷하게 일정 금리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자본유치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전환우선주는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주 증자가 보통주 증자보다는 물량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면서도 투자금 유치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우선주를 남발하는 것도 결국엔 주식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반대하면 정관 변경 통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관 변경안이 통과되려면 주총 참석인원(위임장 포함)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상선 우호지분은 42.25%에 불과하다. 현대건설KCC 등 범현대가(家)도 현대그룹에 비우호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상선 측이 100% 주총에 참석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의 배경으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7.8%)을 지목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인수한 현대자동차가 현대중공업과 연합하면 현대상선은 경영권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한편 현대상선 주가는 이날 개장 초 1.6% 하락으로 출발했다가 오전 11시께 급등세로 돌아서 상한가인 3만3250원으로 마감했다. 거래량은 평소 10배 수준인 338만주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