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규모 6.5 이상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23일 서울 테헤란로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지진과 원자력 안전' 주제 포럼에서 "한반도의 역사적 지진 기록이나 지체 구조 등으로 미뤄 규모 6.5 이상의 지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 박사에 따르면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중국 탄루 단층대와 여러 판 경계가 겹쳐 있는 일본 열도 사이에 놓여있다. 한반도 좌우의 이 두 지역은 매우 취약한 지질구조로 이번 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강진이 빈발하는 곳이다.

그러나 약한 중국 탄루 단층대와 일본 열도의 지각에서 지진 등의 형태로 먼저 에너지가 분출되고 한반도가 그 힘의 영향을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축적될 여지가 적고 강진 가능성이 작아진다.

지 박사는 "7.0 이상 지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반도 강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은 과거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승정원일기는 1643년 7월 24~25일 울산 동쪽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땅에 구멍이 났고 이후 물이 솟아 높이 모래가 쌓인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각 학자 및 분석 기관에 따라서는 이 지진의 강도를 7~9까지 평가하고 있다.

고려사에도 불국사와 석가탑 등이 지진으로 붕괴해 다시 지었다(중수)는 기록이 있다. 이는 경주 동쪽의 강진을 시사하는 것으로 실제로 지질학적 조사에서도 경주 동쪽 지역에서 활성단층의 흔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 박사는 과거 일본 및 중국 강진시, 1~10년 안에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발생했다는 가설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은 추가령·옥천·양산 단층 부근이 지목됐다.

조양희 한국지진공학회장(인천대 교수)은 "우리나라 원전도 설계기준 사고만 가정하고 안전하다고 만족하지 말고, 이번 일본 지진을 계기로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환 포항공대 첨단원자력 공학부 교수는 "국내 언론이 수소폭탄, 증기폭발이나 사용 후 핵연료 위험성, 콘크리트 주입 등 과장되거나 가능성이 희박한 최악의 상황을 보도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정확한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는 체계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