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랩어카운트)이 하락장에서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대지진,리비아 사태 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종목들을 적극적으로 편입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 · 삼성증권 등 10대 주요 증권사가 운용하는 197개 자문형 랩 가운데 74%인 147개가 최근 한 달(18일 기준)간 코스피지수 하락률(-1.59%)을 앞서는 성과를 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가 평균 3.15%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자문형 랩이 하락장에서 선전한 셈이다. 3개월 수익률에선 성과가 더 두드러진다. 136개 중 91%인 124개가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냈다.

특히 시장 대응이 유연한 중소형 투자자문사의 상품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A증권사의 경우 오크우드(4.46%) 레이크(1.50%) 섹터(1.16%) 피데스(1.02%)자문의 상품이 최근 한 달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거뒀다. 한 달 전 4~5%대의 손실을 기록했던 '공룡 자문사' 브레인 랩(0.94%) 역시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고 한국창의 랩은 손실률이 -0.06%로 크게 줄었다.

자문형 랩의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은 지난달 말 리비아 사태와 일본 대지진 참사 등 해외 악재가 잇달아 터진 이후 일부 주도주가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을 내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랩 운용팀장은 "소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만큼 올초 주도주가 명확하지 않았을 때는 수익을 내기 어려웠지만 최근 해외 악재로 수혜를 받는 정유 · 화학 · 철강주 등이 부각되자 자문형 랩에는 호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문형 랩이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잘 버텨내긴 했지만 코스피지수가 이미 2000선까지 올라선 만큼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를 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현혜정 현대증권 영업부 WM팀 PB(프라이빗 뱅커)는 "1~2년가량 장기적으로 투자 기간을 정한 뒤 시황에 따라 분할해서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