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고생해 장미를 키웠는데 일본 대지진으로 한순간에 1년 농사를 망쳐버렸습니다. "

22일 오전 경남 김해시 대동면의 화훼단지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신윤화 씨(44)는 "9년째 6500㎡ 규모로 장미를 재배하고 있지만 이런 천재지변은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씨는 "지금은 3,4월 일본 졸업과 입학시즌에 맞춰 꽃을 수출하는 시기"라며 "지진으로 수출이 작년보다 80% 이상 줄었고 가격도 70~80% 떨어져 연료비도 못 건질 처지"라고 한탄했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경남지역 화훼농가가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꽃의 40% 이상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 화훼단지인 대동면 농가들은 일본 수출에 사활을 걸다시피 해왔다. 신씨는 "지난 겨울 한파로 30% 이상 연료비를 더 쏟아부었다"며 "생산 장미 중 4분의 3을 수출해 온 일본시장이 저렇게 돼 대동면 전체에서 한숨소리만 난다"고 전했다.

백재훈 대동농협 과장은 "1주일에 장미와 백합 등 150t 정도를 일본에 내보냈는데 대지진 이후 45t 이하로 뚝 떨어졌다"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장미 한 송이 수출가격은 지난해 1200원 정도였으나 최근엔 400원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주 일본 후쿠오카와 시모노세키,도쿄 등을 직접 방문해 꽃시장을 살펴봤다"는 그는 "일본 내륙 운송차질 등으로 일본 시장이 붕괴돼 있었다"고 말했다.

수출길이 막힌 물량이 국내로 쏟아져 나오면서 장미값은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 지난 21일 거래된 장미 비탈(빨간색) 품종은 1속(10송이) 기준으로 3778원에 거래됐다. 1주일 사이 30.5% 떨어졌다. 환희(하얀색)는 2739원으로 35.2%,아쿠아(분홍색) 품종은 2637원으로 27.6% 급락했다.

꽃농가 관계자는 "농가들이 국내 꽃시장을 고려해 수출꽃을 국내 시장에 몽땅 풀지 않는 등 자제하고 있다"면서 "만일 수출꽃들이 쏟아진다면 국내 시장 붕괴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대동면 등 경남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일본 화훼 수출은 2008년 4000만달러,2009년 5700만달러,2010년 8000만달러로 매년 증가세를 유지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3,4월이 수출 대목이지만 대지진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일본에 수출해 온 경남지역의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 신선농산물도 상황이 좋지 않다. 김영도 경남무역 농산물수출과장은 "파프리카의 일본 수출량이 20% 정도 줄었고,가격(5㎏)도 2만3000원에서 5000원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해=김태현/강유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