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이 크게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도시바가 적극적인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낸드플래시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LCD 가격은 일본 지진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21일 "낸드플래시 세계 2위인 도시바가 최근 고객들에게 20%가량 가격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하이닉스도 자연스럽게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日 도시바 생산 차질…2분기 공급 감소

도시바는 지난 11일 일본 전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이와테현 공장의 가동을 중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낸드플래시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데다 지진 여파로 글로벌 수급균형이 깨지고 있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16Gb) 고정거래가는 지난달 초 3.56달러에서 이달 초 3.66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도 "일본 지진사태로 도시바 낸드플래시 공장이 피해를 입으면서 2분기께 4%가량의 공급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로 인해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지난해 150만대 규모였던 세계 태블릿PC 판매량이 올해 5000만대 규모로 늘어나면서 낸드플래시 출하량도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일단 가격인상 방침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향후 고정거래가격 협상에서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또 1달러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D램(1Gb DDR3) 고정 거래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진과 무관하게 전월 고정거래가(0.88달러)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도체업체들이 거래처와 인상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CD는 하락세…TV 판매 정체가 요인

LCD(액정표시장치)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46인치 풀HD(초고화질) TV용 제품은 19일 기준 330달러로 전월 대비 5달러 내렸다. 40~42인치용 풀HD LED(발광다이오드) 제품 역시 322달러로 전달보다 5달러 떨어졌다.

TV용 디스플레이 가격이 내린 이유는 공급과잉 때문이다. 지난해 LCD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중국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TV 업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등 선진국에선 TV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규 시장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들어선 리비아 사태와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까지 악화되면서 TV 판매량은 더욱 주춤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TV 판매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디스플레이를 구입하는 TV 업체들이 선뜻 패널 확보에 나서지 않는 것이 LCD 가격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샤프가 지진의 영향을 적게 받은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샤프의 생산라인이 이번 지진발생 지역과는 멀리 떨어진 간사이지역에 있어 공급과잉 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LCD TV 판매가 적어도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나야 수급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준/김현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