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가야산 화재 원인을 조사중인 충남 서산경찰서는 20일 담뱃불에 의한 실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7시52분께 서산시 해미면 대곡리 가야산 줄기 야산에서 불이 나 가야산 신선대까지 번져 잡목 등 산림 4.5㏊(소방당국 추산) 가량을 태우고 12시간 만에 꺼졌다.

불이 나자 서산시 공무원과 소방대원, 군인 등 700여명과 소방장비, 헬기 5대가 투입돼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소방헬기 1대가 저수지로 추락하면서 정비사 조모(38)씨가 숨지고 조종사 최모씨와 오모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처음 불이 시작된 곳에서 담배꽁초와 라이터, 부탄가스통을 발견, 관련 유류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발화 지점이 원룸 뒤쪽과 연결된 한 야산인데 평소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많이 투기하는 장소인 점 등으로 미뤄 담뱃불에 의한 실화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담배꽁초에 의해 녹아내린 낙엽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번 산불이 과거 가야산 자락에서 발생했던 '도깨비불'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가야산 자락에서는 1992년부터 2004년까지 거의 해마다 방화로 추정되는 3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지만, 방화범이 잡히지 않아 '도깨비불'로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불이 시작된 야산이 원룸 뒤쪽에 위치해 있어 행인이 일부러 접근하기 어렵고 고의로 불을 지를 만한 공간도 없다"면서 "또 도깨비불은 모두 한서대 뒤편 가야산 자락에서 난 것인데 이번엔 원룸촌과 인접한 야산에서 시작돼 발화 장소도 다르고 무엇보다 방화가능성이 낮은 점 등으로 미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산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