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꺾기' 방식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유상증자 꺾기란 한계기업들이 유상증자를 실시한 직후 금전대여 등을 통해 청약자에게 증자 자금을 곧바로 되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발행회사의 재무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낚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상장법인의 변칙적 유상증자 사례 및 대응방안'이란 자료를 내고 코스닥 상장사들의 꺾기에 속아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금전대여

A사는 2009년 7월 B씨 등 3명에게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00억원을 조달했다. 대표이사로 취임한 B씨에 이사회를 장악당한 A사는 두달 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177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다음날 곧바로 B씨 등에게 BW 발행자금을 포함한 253억원을 대여했다. B씨 등은 증자 참여 뒤 두달 만에 투자금의 2배 이상을 챙긴 셈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A사는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해 작년 4월 최종 부도를 냈다.

◆자산양수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보유한 비상장사 주식 등을 증자자금과 같은 가격에 곧바로 되사주는 방식이다. 2009년 자기자본 5억원,당기순손실 20억원인 상장사가 올 1월 이런 식의 꺾기를 실행하다 금감원에 적발됐다.

비상장 자회사가 증자 참여자의 자산을 사는 방식으로 증자자금을 회수한 사례도 있다. C씨 등 12명은 2009년 12월 D사 증자에 참여하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들은 작년 1월 D사가 비상장 자회사에 48억원을 대여하도록 결정하고 같은 날 이 자회사가 이들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도록 했다. D사는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로 작년 3분기까지 지분법손실 85억원이 발생했다.

◆한계기업끼리 상호출자

E사는 작년 12월 3자배정 증자로 F사로부터 20억원을 출자받았다. 다음날 같은 금액으로 F사의 증자에 참여했다. E사는 자본이 확충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해 있었고 F사는 관리종목 탈피를 위해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김진우 금감원 기업공시2팀장은 "유상증자 꺾기는 사전약정에 의해 한계기업이 증자 참여자로부터 자산을 비싼 값에 취득하거나 담보 없이 자금을 대여함에 따라 재무구조가 부실화돼 상장폐지에 이르도록 만드는 원인이 된다"며 "투자자들은 상장사들이 부실자산을 취득하거나 금전대여가 있는 경우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상장폐지 위험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