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망 열세로 고전했던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올 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주식형 펀드 자금을 쓸어담으면서 국내 대형 운용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꾸준히 펀드 성과를 쌓아온 데다 판매사들과의 관계도 개선돼 계열 판매사가 없는 약점을 빠르게 극복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간,올 들어 순유입액 3위

2007년 한국에 진출한 JP모간자산운용의 공모 국내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 설정액은 작년 말 2312억원에서 지난 18일 기준 6271억원으로,석달도 안돼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올 들어서만 5431억원의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는 52개 운용사 중 한국투신운용(6999억원)과 KB자산운용(6828억원)에 이어 순유입액 3위다. 대표펀드인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A'로만 3663억원이 들어왔다.

박지나 JP모간 이사는 "그동안 해외펀드가 주력이었지만 올 들어 국내주식형인 '코리아트러스트'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3년간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내 투자자들의 입소문을 탔고 판매사도 20여개사로 확대된 덕"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설립된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도 올 들어 3279억원을 끌어모아 설정액이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공모 국내주식형 설정액 순위도 작년 말 10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하나UBS자산운용은 1500억원,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은 12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각각 끌어모았고,교보악사(759억원) · 골드만삭스자산운용(422억원)도 선전했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UBS를 제외하곤 계열 판매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뛰어난 성과다. 계열 판매사가 있는 국내 운용사 중에도 신한BNP파리바(416억원) · 동양(249억원) · 현대(199억원)는 자금 유입액이 수백억원대에 그쳤고,미래에셋(-2조698억원) · 신영(-1329억원) · 우리(-598억원) 등에선 오히려 자금이 빠졌다.

◆꾸준히 최상위권 수익률 유지

외국계 운용사들이 그동안 국내주식형에서 기를 못 편 것은 '해외펀드 전문'이란 인식이 강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마다 꾸준히 최상위권 수익률을 내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 JP모간운용은 최근 1년(18일 기준) 수익률이 평균 38.59%로,전체 운용사 평균(19.50%)을 두 배가량 웃돌면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년,3년 수익률도 5위권 안에 든다. 알리안츠운용도 3년 수익률에서 1위이고 1년,2년 수익률은 상위권이다.

이는 외국계 운용사들이 국내주식형에 주력하면서 성과가 급격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이 2009년 말 종료돼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는 점도 외국계 운용사들에 자극이 됐다는 분석이다.

손영선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운용사들이 예전에는 국내주식형도 홍콩법인과 의논해 대형주만 편입했는데 최근엔 국내 펀드매니저들을 대폭 강화해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고 성과도 좋아졌다"며 "외국계는 펀드매니저들의 근속 연수도 높아 성과관리가 안정적인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판매사와의 관계가 개선돼 외국계라는 약점을 극복해 가는 것도 한 요인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예전에는 외국계 운용사와 국내 판매사 간에 소통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외국계 운용사들이 판매사와 세미나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갈수록 토종과 외국계 운용사 간 차이가 줄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