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부품과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고 정상 가동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글로벌 전자 · 정보기술(IT)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 회사인 아이서플라이는 18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전자회사들이 반도체 등 부품 확보에 나서면서 일부 부품 회사는 주문 폭주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실리콘 웨이퍼의 선두 국가인 데다 130개에 이르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진과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아이서플라이는 전했다.
애플은 배터리와 터치스크린 글라스 등 일본에서 생산하는 핵심 부품 부족 등으로 아이패드2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이서플라이는 "아이패드2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애플의 일본 자회사인 애플재팬에서 생산하는 것"이라며 "배터리 공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며 다른 곳으로 부품 수급처를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패드2에 들어가는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엘피다의 D램 등도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도 부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상황을 점검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니에릭슨은 지진과 물류 문제로 부품 공급망에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노키아 역시 일본으로부터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노키아는 지난해 전체 부품 가운데 15% 정도를 일본에서 공급받았다.

노트북PC 시장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PC 업체인 레노버 등이 배터리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유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2분기에 닥칠 충격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슨 알카텔루슨트 등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도 부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의 일본 현지 생산도 언제 재개될지 불분명하다. 댈러스에 본부를 둔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일본 내 공장 가운데 한 곳이 오는 7월까지 부분적으로 조업을 하지 못한다며 9월까지는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 정부는 일본 지진사태와 관련해 전자제품의 부품난이 이어지면 수입관세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전자회사들도 부품 공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부품 조달에 문제가 없지만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공급처 다원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김현예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