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에 따라 열두 가지 맛을 낸다는 고래고기가 전례 없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 울산 마산 포항 등지에 있는 고래고기 음식점 200여곳이 고래고기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달 평균 이들 음식점이 소비하는 고래고기 양은 50마리에 육박한다. 최근 두 달여간 우리나라 주변 수역에서 잡혀 고래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고래는 밍크고래 14마리,참돌고래 25마리,상광이 8마리,혹등고래 1마리 등 57마리에 불과했다. 한 달 평균 28마리가량이 공급된 셈이다. 시장 요구량의 절반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최근 그물에 걸려 죽거나(혼획) 죽은 채 해변으로 떠내려온(좌초) 고래 유통을 까다롭게 하면서 공급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사고사한 고래인지,남획된 고래인지를 면밀히 검사한 뒤 해양경찰서장이 유통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선 고래잡이가 불법이어서 사고로 죽은 고래만 거래돼 왔다.

고래 경매가격은 작년보다 2~3배가량 폭등했다. 지난 12일 울산 방어진 수협공판장에 나온 8.4m짜리 혹등고래는 1억12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엔 3500만원에 거래됐다.

낙찰가가 높아 음식점 업주 3명이 공동으로 낙찰받았다. 6m짜리 밍크고래는 울산의 한 고래고기 음식점 주인에게 45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거래가격은 2000만원이었다.

고래고기가 귀해지자 울산 장생포에 몰려 있는 20여곳의 고래고기 전문 음식점들은 부산이나 마산의 일식 전문점 등으로 보내는 고기 공급을 일제히 중단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