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日人들 4월 신년업무·개학 차질 우려…귀국 취소 잇따라
"돌아가도 도움이 못돼 안타깝다"…한국인 일부 '사재기' 현상도

주한 일본인 1천여명이 모여 살아 '리틀 도쿄'라는 별칭이 붙은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아파트촌이 겉보기에 평온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많은 일본인들은 일본 원전 위기 등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7일 오후 방문한 `리틀 도쿄'는 겉보기엔 예전 일상과 다름 없는 분위기였으나 실제로 만나본 일본인들은 사상 최악의 재앙을 맞고 있는 고국을 걱정하고 그리는 마음을 속으로 애써 삭이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촌동 글로벌빌리지 센터에서 한국어 강의를 듣는 마미꼬(29.여)씨는 이날 "특별히 침울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로비에 모인 일본인들끼리 가족 안부를 계속 물어본다.

서로 출신 지방을 묻고 피해가 큰 지역이 아니면 안도의 한숨을 쉰다"고 말했다.

특히 신년 준비로 바쁜 3월에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대재해가 발생해 귀국 계획을 취소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일본인들은 전했다.

일본에서는 통상 4월부터 신년 업무나 학기가 시작된다.

일본인 교회 '카버난토 채플'에서 매주 일요일 예배를 집전하는 미와 노부오(68) 목사는 "보통 3월에는 봄방학이 있어 많은 일본인들이 고국을 방문하는데 올해는 갈 수 있을지, 항공편을 취소해야 할지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하라 유키코(34.여) 글로벌빌리지 센터장은 "3주 남짓한 봄방학을 많이들 일본으로 돌아가서 지내는데 대다수가 귀국을 취소했다"며 "아쉽지만 지금 일본에 가면 방해만 된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일본에 가서 뭐라도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안타깝다'는 이들은 애타는 마음을 현지 주민들을 위한 모금 참여 등으로 달래고 있다.

한국에서 2년째 살고 있다는 요가 강사 스즈키 마키코(28.여)씨는 "사실 지금 가도 뭘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돌아가면 오히려 방해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글로벌빌리지센터는 현지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일본인들의 문의가 쇄도하자 최근 `미야기현 서울사무소와 대한적십자사에 의연금 접수 창구가 마련돼 있다'고 안내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현지에 가족이 있는 일본인들은 불안한 심정을 `담담히' 감내하고 있었다.

센터 앞에서 만난 무츠미(15)군은 "아빠가 지진 당시 미야기현에 있었는데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번 달 중 일본에 가기로 했던 일정이 며칠 미뤄졌는데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동부이촌동에서 일본인 대상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한 한국인은 "일본인들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다.

다만 일제 물건이 동날까 우려하는 한국인 일부가 많은 양을 사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