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이 급등한 엔화 가치를 진정시키기 위해 18일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했다. G7의 공동 개입은 2000년 9월 유로화 약세 저지를 위한 공조 이후 10년 반 만이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는 하락하고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급등했다.

G7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오전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여파로 급등한 엔화 가치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본은행(BOJ)과 함께 미국 캐나다 통화당국 및 유럽중앙은행(ECB)이 자국 시장에서 엔화를 파는 시장 개입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G7은 공동성명에서 "환율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 안정을 저해한다"며 "외환시장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적절히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엔화 가치 급등에 선진국들이 공동 대응한 '역(逆)플라자 합의'에 뒤이은 '제2 역플라자 합의'라는 평가도 나온다.

G7 합의에 따라 일본은행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 시장 개입에 나섰다. 개입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5000억~7500억엔 정도를 매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엔화 가치는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3% 이상 떨어진 달러당 81.7엔에 거래됐다. 엔화는 일본 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엔화 투기 수요 등이 겹치면서 16일 한때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76.25엔까지 치솟았다.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원70전 급락한(원화 강세 · 달러 약세) 1126원60전을 기록했다.

증시도 급등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2.72% 급등한 9206.75엔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13% 상승한 것을 비롯해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이 공동 대응에 나섬에 따라 일단 최근의 엔화 급등세 등 금융시장의 과도한 쏠림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버트 레니 웨스트팩글로벌마켓 전략가는 "최근 수년간 중앙은행들은 구두로라도 동시에 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었다"며 "투기세력의 일방적 베팅이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행은 이날도 단기 유동성 5조엔을 시장에 투입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대지진에 따른 재해복구 재원 마련을 위해 10조엔 이상의 '부흥국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