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정정 불안과 일본 원전 폭발이라는 상반된 가격 변수의 부침에 따라 국제유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갈피를 잃은 투자자들의 관망 분위기도 두드러진다.

국제 유가는 지난 16일 바레인 정부와 시위대의 유혈충돌 소식이 시장을 지배하며 하루 만에 소폭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80센트(0.8%) 오른 배럴당 97.9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4월물)가격도 이날 107.35달러에서 111.76달러 구간을 오가는 등 등락을 반복한 뒤 2.10달러(1.94%)오른 배럴당 110.62달러에 마감했다.

바레인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대와 경찰 등 5명이 사망하자 바레인 정부를 돕기 위해 군병력을 파견한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로 시위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부각됐다. 특히 사우디의 바레인 사태 개입에 이란 이라크 등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스테판 스코크 스코크리포트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일본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바레인과 리비아 사태만 지금처럼 전개됐다면 브렌트유는 이미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폭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원전 폭발 사고가 가격 상승 요인인 중동 변수를 억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WTI는 앞서 지난 15일에는 일본 원전폭발에 따른 방사선 유출 사고가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4% 급락했다.

16일에도 장 초반 바레인 사태 악화 소식에 강한 반등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후쿠시마 원전 방사선 유출 상황이 '통제 불능'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 듯한 모습에 상승폭을 크게 줄였다. 특히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 장관이 이날 "일본 원전 폭발사고가 이미 부분적인 노심용융(meltdown) 단계인 것 같다"고 말해 원유선물 매도세를 부추겼다는 게 마켓워치의 분석이다. 리처드 일치스친 린드월독투자사 수석 시장전략 담당은 "투자자들이 일단 현금을 확보한 뒤 일본과 중동에서 불거진 돌발 변수의 향배가 뚜렷해질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