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일본 대지진의 후폭풍이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지진 피해와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향후 일본과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주식시장은 한동안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이 확실한 증시 바닥을 만들어준 것으로 판단되는만큼 추격 매도로 손실폭을 키우는 전략은 자제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밤사이 유가가 급락하고 뉴욕 증시가 낙폭을 낙폭을 줄였다는 점에서 전날과 같은 급락세가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15일 장 중 한때 1882.09까지 밀려났던 코스피지수는 막판 낙폭을 줄여 47.31포인트(2.40%) 내린 1923.92로 거래를 마쳤다.연중 최저치다.잇따른 원전 폭발 소식에 일본 증시가 10% 이상 추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전반이 패닉에 빠졌다.밤 사이 유럽과 미국 증시도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져내렸다.

국내 증시가 막판 낙폭을 줄인데는 기관의 저가매수 역할이 컸다.연기금이 1392억원을 저가매수한 것을 비롯해 기관은 모두 3368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외국인은 2312억원을 내다 팔았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주춤했던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글로벌 자금 이동이 일본 대지진 여파로 확대될 수 있지만 국내 자금이 빈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조정을 기다려 온 펀드 투자자들에게 이번 위기가 기회로 받아들여지면서 지난달부터 주식형펀드로 활발하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서다.이 연구원은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으로 매수 여력이 커진 자산운용사 등이 수급 공백을 메우면서 지수 하단을 어느 정도 받쳐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들은 외부 불확실성으로 방향성 없는 매매를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증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 외국인들의 경우 일정한 규모의 자금으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며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날 선물을 대거 매도한 외국인은 밤사이 야간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보였다.덕분에 선물가격이 크게 뛰어 개장 초 주가 반등을 기대할만 하지만,외국인 매매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크겠지만 지금이 바닥일 수 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전날과 같은 ‘패닉 셀링’(공포에 의한 대규모 매도)은 신뢰할만한 지수 바닥의 신호”라고 말했다.주가수익비율(PER)이 9.4배로 떨어진 상황에서 바닥 시그널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조정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유 연구원은 다만 “가격 조정은 마무리 국면이지만 추세 반전 신호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전날 장 중 1900선 회복에 성공했다는 점 등에서 최악의 상황은 비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금은 성급한 추격매도보다 증시가 안정되기를 기다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4월물은 일본 지진 여파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배럴당 97.18달러로 4% 하락 마감했다.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는 이달 들어 처음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