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성격 빼닮은 투구 펼쳐 흥미 배가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격돌한 류현진(24·한화)과 김광현(23·SK)의 '좌완 에이스' 대결은 두 투수가 평소 성격을 꼭 빼닮은 투구를 펼치면서 흥미를 돋웠다.

신인이었던 2006년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을 달성하고 MVP까지 석권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류현진은 5년째 국내 최고 투수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한 해 늦게 데뷔한 김광현 역시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호투를 펼쳐 팀의 첫 우승을 이끈 이후 SK 마운드의 핵심으로 류현진을 추격해 왔다.

그러나 지난 4시즌 동안 둘이 같은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난해 5월 한 차례 선발 격돌이 예고됐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경기가 취소되는 등 인연이 닿지 않았다.

비록 3이닝에 그친 짧은 승부였지만, 15일 대전구장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동시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과 김광현은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흥미로운 대결을 펼쳤다.

두 투수는 이날 모두 직구 최고구속 148㎞를 기록하며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김광현이 4회에도 전광판에 시속 145㎞를 찍으며 시원시원한 쾌투를 펼쳤지만, 류현진은 중반 이후로는 주로 140㎞대 초반의 직구를 던지면서 '능구렁이'라는 별명답게 여유로운 승부를 펼쳤다.

3이닝을 던진 류현진이 삼진 1개만 잡아내는 동안 김광현은 3⅓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뽑아내며 특유의 매력을 뽐냈다.

김광현은 포수의 실수가 겹치긴 했지만 폭투를 3개나 기록하기도 했다.

그라운드에 선 모습도 조금씩 달랐다.

류현진은 큰 표정 변화없이 마운드와 더그아웃을 오갔지만, 김광현은 조금은 어색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좋은 수비나 실책이 나오면 입가에 특유의 미소를 띄워 보이곤 했다.

2회초 포수 정상호가 류현진의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기는 1점 홈런을 터뜨리자 김광현은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광현은 "겨우내 오키나와에서 상호 형과 함께 재활 훈련을 했기에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겪었는지 잘 안다"면서 "재활이 잘됐다는 증거라는 생각에 웃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류현진은 3회말 선두타자 나성용이 김광현에게서 동점 솔로 홈런을 뽑아내자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글러브로 나성용의 헬멧을 내리치는 장난을 쳐 웃음을 자아냈다.

물론 아직 시범경기인 만큼 두 선수 모두 변화구 제구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각자의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면서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설레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에는 충분했다.

(대전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