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들이 매번 지역갈등만을 부추기며 표류하는 것은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지역주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서 추진해야 할 것을 청와대와 정치권이 나서 주기만 바라보고 있으니, 일이 안 풀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더욱이 이번 신공항 문제는 2009년 1차 평가에서 밀양과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는 데도 정부가 발표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세종시 수정문제를 놓고 그토록 심각한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을 겪으며 큰 홍역을 치렀던 것에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것인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최근 "신공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소신 발언한 것은 그런 면에서 주목하기에 충분하다. 재검토는 곧 백지화 내지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을 뜻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항의 전화공세를 퍼붓고 있다지만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이 아닌 지역주의의 볼모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산 영도구가 지역구인 5선 중진 의원이 지역의 반발과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 압력을 무릅쓰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인 것은 잘한 일이다. 앞서 서울 출신(서대문을) 정두언 의원이 재검토 필요성을 거론한 것 역시 같은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신공항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 자칫 과학벨트 계획처럼 4월 재 · 보궐선거 뒤로 어물쩍 또 미뤄서는 안된다. 어떤 사업이건 과학적인 결론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