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에 따른 후폭풍이 동남아 각국에도 밀어닥칠 전망이다. 일본의 내수 침체로 동남아 주요 국가들의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트남만 해도 일본은 미국에 이어 제2의 수출 대상국이다. 일본이 재건에 돈을 집중하게 되면 동남아에 대한 직접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악재다.

15일 KOTRA 하노이KBC가 내놓은 '일본 대지진이 베트남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일본 지진의 여파가 수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석기 하노이센터장은 "일본은 베트남의 주요 섬유,의류 수출 시장"이라며 "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내수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 각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주요 제조 공장과 물류망이 붕괴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의 경우 대 일본 수입 대부분이 기계류와 부품,철강제품 등 산업용 원부자재로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가져다 쓰고 있다. 신 센터장은 "일본에서 원부자재 수입이 중단될 경우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로선 생산 일정과 납기 준수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과 일본은 2009년 10월 이후 FTA와 비슷한 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를 서로 적용받고 있다. 덕분에 일본은 미국에 이어 베트남의 섬유와 의류 수출시장으로 부상(EU 제외)했다. 의류 수출은 지난해 11억4600만달러를 기록,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신발 수출도 1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약 39% 늘었다.

일본의 해외 직접 투자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혁 KOTRA 일본사업처장은 "일본이 동남아에 대한 ODA(공적개발원조) 등을 축소할 움직임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재정 적자가 심각한 일본의 입장에서 재건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해외로 나가는 돈을 불가피하게 줄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태국은 제1의 투자국이 일본이다. 캄보디아 역시 일본이 '메콩강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막대한 투자금 집행이 예정된 상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