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일본 경제가 멈췄다] LNG·철강값 상승 압력…국내 물가불안 커지나
사상 초유의 일본 대지진이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유 · 제철 시설의 가동 중단 등으로 국제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생태 등 농수산물 물가 역시 부담이다. 그러나 수요 감소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 등은 물가상승 요인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 1월 4.1%,2월 4.5%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을 각각 기록하면서 '3%대'인 정부의 관리 목표치를 두 달 연속 훌쩍 뛰어넘었다.

◆LNG · 철강 등 수급 악화 우려

일본 대지진으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정부가 전기 공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LNG 원료를 이용하는 화력발전 가동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전 시설 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LNG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의 도시가스 · 지역난방 · 전기 · 버스 요금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농수산물 중에서는 명태류 중 생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생태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본산 생태 가격은 1주일 전보다 26%,2주일 전보다는 67%가량 급등했다. 명태의 경우 지난해 일본산이 3만1000t으로 전체 수입량(27만7000t)의 10% 미만이어서 물가를 크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JFE 지바제철소가 지진 · 화재 피해로 가동이 중단되고,도쿄제철은 전원 공급 중단에 따라 공장 가동을 멈춰 국제 철강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시설이 멈춰서면서 석유제품 가격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은 긍정적

국제 유가는 일본 도호쿠 지역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05달러를 웃돌던 미국 서부 텍사스 원유(WTI) 4월물은 5거래일 연속 하락해 14일 99.70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의 주요 정유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원유 수요가 줄 것이라는 예상이 작용했다. 일본은 세계 석유소비량의 5.2%를 차지하는 3위 소비국이다. 리비아 등 중동의 정정 불안으로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국내 물가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었다.

농수산물 가운데 불안 품목으로 지목된 고등어와 갈치 상황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지난해 고등어는 일본에서 9000t을 수입했지만 국내 생산 급감이라는 특수 요인이 있었고,지진 피해와 관련이 없는 규슈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갈치 역시 작년 일본산 수입은 2000t 정도에 불과했다. 곡물은 수요가 커질 수 있지만 일본 대지진으로 투기 세력 이탈이 가속화되면 추세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일본 대지진으로 곡물 LNG 등 원자재 수급차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이번주에 국내 원전과 석유 비축기지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