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힘겨운 증시에 일본 대지진이 또 하나의 복병으로 떠올랐다.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는 커지고,마비된 일본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도 가늠하기 힘들어 단기적인 투자심리 위축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14일 국내 증시도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리가 반영되며 부진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주말 동안 심리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주요 산업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어 조정은 길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지진 피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열렸던 유럽과 미국 증시가 선전했다는 점도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외국인 반응 주목

14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가뜩이나 유럽발 악재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던 중이어서 매도 규모가 커질 경우 증시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국내 투자자들이 증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한발 물러선다면 매물을 소화하기 힘들어 낙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 11일 일본 지진 발생 직후 개장한 유럽 증시는 영국 FTSE100지수가 0.28%,프랑스 CAC40지수가 0.89% 하락하는데 그쳤다.이어 개장한 미국 증시는 2월 소매판매가 1% 늘어 4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브라이언 메레디스 UBS 애널리스트는 “일본 지진이 전세계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어서 투자자들의 반응이 제한적”이라고 전했다.일각에서는 피해 복구 과정에서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엔캐리 자금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반도체 화학 등 국내 경쟁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오히려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재지변 증시 영향은 제한적

1995년 1월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국내 증시는 지진 발생 당일 0.1% 하락한 뒤 다음날 1% 넘게 반등했다.이후 한달간 주가가 크게 빠지기는 했지만 당시 주식시장은 대세 하락기였기 때문에 지진이 하락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와 닛케이225지수는 대지진 발생 이후에도 연초부터 시작된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며 “대지진이 증시에 변곡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999년 대만지진과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미국 카트리나 허리케인 등이 증시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연재해로 인한 불확실성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금융시장은 단기 충격 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다만 “피해 복구 과정에서 정부 지출이 늘면서 일본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높일 수 있다”며 “이같은 우려가 유럽 신용불안과 결부될 경우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전세계 증시에 장기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IT·철강 등 수혜주 위주로 압축

정확한 피해 집계와 영향을 예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업종 위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 정유 철강업종은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제품가격 상승 등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항공 여행 카지노 호텔 등 일본 여행자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일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국내 IT 업종 주가는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자동차와 철강은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대표 업종으로 꼽혔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