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휘발유 ℓ당 2495원,보통휘발유 2295원,경유 2085원.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SK 경일주유소의 11일 기름값이다. 국제 유가가 오를 때마다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주유소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인근 주유소들과 비교해도 유독 이 주유소의 기름값만 상식선 이상으로 높다. 건물 두 개를 사이에 두고 불과 50m 남짓한 거리에 있는 에쓰오일 신세기광장주유소에 비해 보통휘발유는 ℓ당 220원,경유는 135원이나 비싸다. 특히 400m 정도 떨어진 여의도동 내 최저가 주유소인 에쓰오일 한진주유소의 ℓ당 1950원(보통휘발유)과 비교하면 345원이나 높다.

그래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비결이 무엇일까. 답은 고객에 있다. 이 주유소의 주 고객층은 국회의원 및 주변 금융회사의 고위 임원들로 대부분 자가 운전차량이 아닌 기사가 딸린 차들이다. 다른 주유소들이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B2C)으로 한다면 이곳은 기업과 공공 기관을 상대하는 'B2B' 또는 'B2G' 성격이 짙다. 회삿돈으로 주유하는 차량이 주 고객인 만큼 가격보다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영업한다.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고객은 "기름값은 비싸지만 외부는 물론 내부 세차까지 해주는 데다 포인트가 쌓이면 와인도 선물로 준다"며 "서비스가 좋아 이곳만 찾는다"고 말했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교통 단속이 심한 곳이라 박리다매 전략을 쓸 수도 없어 아예 고급화 전략으로 간 것으로 안다"며 "자영 주유소라 가격 결정에 뭐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경일주유소 관계자는 "인근 주유소의 두 배에 달하는 990㎡(300평)로 넓어 임차료가 만만치 않은 데다 종업원도 30명이나 돼 인건비 부담도 크다"며 "최근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임차료를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