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주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곡가의 유언장’을 제대로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악보를 보자마가 드는 직감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음표 하나, 지시어 하나를 꼼꼼히 분석하는 데 집중해요.“ 지난 2021년 세계적 권위의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박재홍(25·사진)은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재홍은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작곡가 부조니 작품 연주상, 실내악 연주상, 타타로니 재단상, 기량 발전상 등 4개 부문 특별상을 휩쓸며 대회 5관왕 기록을 세운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하다. 박재홍이 오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협연자로 나선다. 그가 들려줄 작품은 ‘악마의 협주곡’으로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피아니스트에게 초인적인 기교, 폭발적인 표현력, 엄청난 지구력, 극적인 예술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난곡(難曲)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재홍의 부조니 국제 콩쿠르 결선곡이기도 하다. 그는 “흔히 이 작품을 기교적이고 화려하고, 파워풀한 작품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내가 느끼는 그의 음악은 완전히 다르다”며 “오히려 극적인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1악장의 첫 음부터 3악장의 마지막 음까지 연결된 하나의 프레이징을 표현하는 데 집중해야 본연의 매력이 완연히 살아나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공연에서는) 지극히 감성적이면서도 섬세한 라흐마니노프의
배우 한예슬이 법적으로 '품절녀'가 됐다.한예슬은 7일 유튜브 채널 '한예슬 is'를 통해 공개 연애 중인 10세 연하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했다고 직접 밝혔다.한예슬은 "너무 기쁜 소식을 나누고 싶어서 이 순간을 기다렸다"며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는 편"이라며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이어 "이 영상이 나갈 때쯤에는 이미 혼인신고가 되어있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정식으로 부부다. 난 이제 품절녀다"고 말하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였다.한예슬은 "사실 전 예전부터 품절녀였다"며 "남자친구를 사귀는 동안 한 번도 서로를 여자친구, 남자친구로 생각한 적 없고 평생 동반자로 생각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부부라는 말이 닭살 돋기도 하고, 결혼하고 안 하고는 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평생의 동반자, 베스트 프렌드라고 생각해서 한 번도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전했다.하지만 결혼을 결심한 이유로 "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우리 관계의 확실성을 공표하기 위해서"라며 "5월의 신부가 된다. 공식적으로 유부녀"라고 설명했다.한예슬은 이어 "나를 사랑해 주는 모든 분에게 알리고 싶었으나, 나답게 알리고 싶었다"며 "앞으로 우리의 삶을 축복해 주고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또 "예쁘게 잘 지내는 모습 많이 보여주도록 하겠다"며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내 남편을 앞으로 카메라 앞에 집어넣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한예슬은 2021년 5월 연극배우 출신 남자친구와 열애 사실을 알린 후 공개 연애를 이어왔다.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
한밤중에 누가 대문을 심하게 두드렸다. 대문 밖에서 모르는 사람이 아버지가 다리에서 떨어졌다고 소리쳤다. 어머니와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면사무소에서 오는 길에 있는 섶다리 아래 개울에 사람이 떨어져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리에서 떨어진 거 같았다”며 단숨에 얘기한 그분은 “술이 많이 취해 건져 올리긴 했지만, 모시고 오려 했으나 막무가내여서 두고 왔다”라고 알려줬다. 중간쯤에서 만난 아버지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며 컴컴한 밤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자전거는 앞바퀴가 휘어져 탈 수 없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그 날부터 아버지는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기억을 되살린 건 내가 대학 다닐 때였다. 술 취한 나를 친구들이 부축해 밤늦게 골목에서 노래 부르며 집에 들어왔다. 마당에다 먹은 술과 음식을 토해냈다. 어머니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걸 막아선 아버지는 마루에 꿇어앉으라고 했다. 옆으로 쓰러질 때마다 대나무 막대기로 마룻바닥을 내리쳐 바로 앉으라고 했다. 필기구를 내주며 아버지는 “오늘 술 먹은 일을 빠짐없이 적으라”고 했다. 썼다가 지우고, 옆으로 쓰러졌다가 아버지가 대나무로 바닥 치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날이 밝을 때쯤에야 몇 장짜리 소위 술 먹은 그날의 보고서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아버지는 읽지는 않고 내가 쓴 종이를 들고 “보태고 뺄 얘기가 더 있느냐”고 물었다. 정신이 돌아온 내가 “없습니다”라고 하자 하신 말씀이다. “이기지 못할 술이면 마시지 마라. 술이 너를 이긴다. 술은 기호식품(嗜好食品)이다. 좋아하는 음식이니 즐길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