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수 만도 부회장(66)은 "이제부터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 발빠른 추격자)'를 넘어 글로벌 넘버원 제품을 확보해 간다는 전략을 갖고 연구 ·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량 자세제어장치(ESC)나 전자제어 파워 스티어링(EPS),주차조향보조시스템(SPAS) 등의 분야에선 충분히 글로벌 최고로 올라설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변 부회장은 "해외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매출 비중을 현재 40%대에서 2015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 거래처인 GM 크라이슬러 외에 BMW 르노 PSA(푸조 · 시트로앵) 등을 지난해 새로운 공급처로 확보했고 폭스바겐 닛산과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실적이 좋은 것 같습니다.

"글로벌 사업장 연결 기준으로 3조4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년 대비 26%가량 증가한 수준이죠.국내 사업장 기준으로는 매출 2조1000억원에 순이익이 1913억원입니다. 힘들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봅니다. 올해는 글로벌 기준 4조3500억원 매출이 목표입니다. 이 정도면 빠른 성장 아닌가요?"

▼올해 경영계획을 소개해 주시죠.

"만도는 한국이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올라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지요. 성장전략의 핵심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 기반을 확대하면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한 성장(smart growth)'과 '창의력에 기반한 혁신(creative innovation)'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갖고 성장과 혁신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

▼성장과 혁신을 위한 계획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무엇보다 글로벌 넘버 원 제품의 발굴 및 개발에 총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만도는 1999년 ABS,2003년 전자제어 서스펜션(ECS) 등을 독자개발하며 견실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한단계 더 도약해야지요. 이를 위해서는 첨단기술 개발과 품질 수준 제고,원가경쟁력 확보 노력을 중단없이 진행할 것입니다. 중국과 북미,남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또 생산망 확충을 위해 작년 브라질 공장을 착공했고 폴란드에도 생산기지를 지을 예정입니다. 중국에서는 지리자동차와 합작으로 부품 공장을 세웁니다. "

▼해외 거래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요.

"국내 거래처와의 비즈니스 규모가 아직은 해외에 비해 크지만 머지않아 균형을 이룰 것입니다. 중장기 전략 아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했고 2015년엔 해외 거래처와의 거래 비중을 현재 40% 정도에서 2015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입니다. 지역별로 북미시장은 10여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룬 곳입니다. 앞으로 EPS 등을 중심으로 제품 다변화를 꾀할 계획입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유럽에서는 전사적인 마케팅 노력을 펼치며 시장 확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새로운 거래처 확보를 위해 현지 설명회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는 로컬 자동차 브랜드와 글로벌 메이커들의 현지 공장을 이원화해 공략하고 있습니다. 또 엔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일본과 아시아 시장에서도 수주 확대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

▼현대 · 기아차의 빠른 성장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 · 기아차가 잘 팔리니까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그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차를 분해합니다. 만도 부품이 쓰인 걸 보면서 자연스레 실력을 인정받게 됐지요. 요즘엔 보쉬나 콘티넨탈,TRW와 같은 톱 클래스 부품사들도 차를 분해해서 살펴보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만도가 뭘 만드는지 신경도 안썼는데 완전히 달라졌지요. 현대 · 기아차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

▼해외 기술 전문기업과 합작 사업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08년 독일 헬라와 합작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MHE)를 세웠고 최근엔 역시 독일의 모터 전문기업인 브로제와 합작하기로 했습니다. MHE는 각종 전자제어장치(ECU)와 센서류를 생산하고 있고 브로제와의 합작사는 ABS와 ESC,EPS 등에 장착되는 전기모터를 제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자동차 관련 기술은 모든 영역에서 전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계 중심에서 전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자체 기술개발도 필요하지만 선진기술을 가진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도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고 필요하다면 기업 인수에도 나설 것입니다. "

▼중점 R&D 분야는 무엇입니까?

"만도는 제동과 조향,현가장치(서스펜션)를 모두 생산하는 종합 섀시 부품업체입니다. 보쉬나 콘티넨탈,TRW 등 다른 글로벌 톱 부품사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죠.그만큼 기술융합 흐름에 유리하고 차부품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우리만의 강점입니다. 향후 자동차산업은 친환경 그린카로의 전환,자동차와 정보기술(IT) 융합화,그리고 안전기술 적용 확대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도는 기존의 제동,조향,현가 제품을 친환경 그린카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습니다. 또 자동차 · IT 융합화에 대응해 지금의 능동 안전시스템을 기반으로 레이더와 카메라,초음파센서,통신기술을 결합해 궁극적으로는 자동차가 운전자 역할을 대신해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미래기술을 개발코자 합니다. "

▼신사업 투자계획이 있으신지요.

"만도는 기반기술(요소기술) 중심의 신사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의 전 · 후방 모든 영역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고 우리가 가진 기존 기술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예정입니다. 미니벨로와 전기자전거를 융합한 접이식 미니벨로(바퀴가 작은 자전거)를 개발,7월부터 양산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

글=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사진=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