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미국 대사에 게리 로크 상무장관(61 · 사진)이 지명될 예정이다.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힌 존 헌츠먼 대사 후임이다. 중국 대사로 공식 임명되면 중국계 최초의 주중 대사가 된다. 북핵 문제, 위안화 절상, 인권 문제 등으로 확대돼온 주요 2개국(G2) 간 갈등 해소를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유화 제스처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로크 장관에게 대사직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21세기에 중차대한 미 · 중 관계를 제대로 확립하고 미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 있어 중국계인 로크 장관보다 더 나은 인물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태평양 연안에 있는 워싱턴 주지사를 지내고 상무장관으로 일하면서 로크 장관이 미 · 중 교역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워싱턴 주지사 재임 중에는 8차례나 무역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고 광저우에 주무역사무소를 개설했다. 로크 장관은 작년 6월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워싱턴 주지사로 재직할 때 5년 만에 수출을 두 배로 늘린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로크 장관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롤 모델'이다. 중국계 이민 3세인 그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태어났다.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대 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땄다. 1982년 워싱턴주 하원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1996년 21대 워싱턴 주지사로 선출돼 8년간 재임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중국계 주지사였다. 이어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상무장관에 기용됐다. 역시 중국계로는 처음으로 상무장관직에 올랐다. 이번에 첫 중국계 주중 미국 대사라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달게 됐다.

헌츠먼은 올 상반기 중 대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12년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