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인플레이션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

'2011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8일 방한한 윌리엄 도널드슨 미국 대통령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도 중기적으로 긴축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의 선제적 대응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진단한 뒤 "그러다 보니 한국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해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속도는 빠르지 않다"며 "앞으로도 여러 달에 걸쳐 점진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금융 개혁이 없는 상황에서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유럽의 불안정한 상황이 미국 경제가 회복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슨 위원은 미국이 유지하고 있는 저금리 정책이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지적과 관련,"궁극적으로 저금리 기조는 미국과 다른 국가에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는 게 맞다"고 인정했다. 이어 "음식 연료 생필품 부문에서는 이미 인플레이션 징후가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은 한번 시작되면 멈추게 하기 쉽지 않은 만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중기적으로 긴축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조기 차단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시장참가자들은 올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한국의 경제환경이 좋아 이명박 정부가 예상한 5%의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의 우호적인 환경으로는 미국과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증대,견실한 내수시장,안정된 노동시장을 꼽았다.

도널드슨 위원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주목하고 있는 동안 다른 부문에서도 광범위하게 물가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 대처가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이를 염두에 두고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그 결과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동시에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위안화가 달러화 대신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과 관련해서는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달러화가 갖고 있는 역할의 일정 부분을 점진적으로 대체할 통화가 나올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신흥국 경제 전망에 대해선 "많은 인구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신흥시장의 잠재력은 매력적"이라고 말한 뒤 "다만 외부의 자금 유입으로 인해 신흥시장의 재정적인 기반은 약해질 것으로 보이므로 신흥 국가들은 이 문제를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슨 위원은 미국이 작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상수지 흑자 폭을 제한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선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에 대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미국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올리는 수출 중심 국가들의 화폐가치를 조금씩 높이려고 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영춘/김우섭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