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작년 11월부터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3개월 이상 장기 매진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11월3일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연주한 '말러시리즈 Ⅲ'를 시작으로 지난달 24일 시벨리우스의 '포욜라의 딸' 등의 '마스터피스 시리즈 Ⅰ'까지 12개 공연의 모든 표를 다 팔았다.

오는 11일 '명 협주곡 시리즈Ⅰ'의 잔여석도 20여석밖에 없어 매진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명 협주곡 시리즈Ⅰ'은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의 협연으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등을 들려준다.

서울시향의 매진 행렬은 작년부터 예감됐다. 국내에 말러 열풍을 이끈 '말러 시리즈'는 공연 때마다 표가 없어서 못 팔았다. 올해 12월22일에 열리는 '말러 시리즈' 마지막 공연은 연초에 이미 매진됐다. 여러 공연을 묶어 할인해주는 패키지 티켓 판매도 작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올 시즌 패키지 티켓은 지난해 말 1172장이나 나갔다. 2009년 같은 기간의 321장과 비교하면 4배에 가깝다. 올 시즌 전체 티켓도 70% 가까이 팔렸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45%였다.

서울시향 흥행의 가장 큰 요인은 갈수록 향상되는 연주 실력이다. 2006년 지휘자 정명훈 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후 오디션 제도를 강화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트럼펫 연주자 알렉상드르 바티 등 해외 실력파 아티스트들을 영입하면서 연주력을 높였다.

지난해 5~6월 클래식의 본고장인 독일,이탈리아,러시아 등 유럽 4개국 9개 도시 순회 공연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며 슈만 페스티벌,백야 축제 등 세계적인 음악축제에 처음 참가해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같은 무대에 섰다. 또 굴지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음반을 내기로 했다.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차별화 프로그램도 주효했다. 서울시향은 베토벤의 '운명'같은 서양 클래식 걸작을 연주하는 '마스터피스 시리즈','명협주곡 시리즈',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말러 시리즈' 등 6개 정기 공연 시리즈를 중심으로 연간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음악평론가 이영진 씨는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꾸준히 높아져 이제는 아시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익스플로러 시리즈' 같이 국내에서 잘 연주하지 않은 곡들로 구성한 프로그램에도 대중적인 곡을 적당히 안배했고 세계적인 지휘자나 연주자를 섭외해 클래식 관객층의 저변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