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을 꼭 알고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클래식을 즐기는데 필요한 건 열린 마음이죠.브루크너 교향곡이 쉽지는 않겠지만 음악의 흐름에 감정을 그냥 맡기면 아주 편해집니다. "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GO)를 이끌고 7일에 이어 8일에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명지휘자 리카르도 샤이(58 · 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지냈으며 베를린 필,빈 필 정기 연주회의 단골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 번째 연주회에 앞서 그는 인터뷰를 자청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이라는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일본 공연에서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했는데 한국에서는 예매율이 50% 정도밖에 되지 않아 놀랐다"며 "한국 클래식 팬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일본 공연의 관람료가 S석 2만5000엔(34만원),A석 2만1000엔(28만원)인데 비해 한국 공연은 R석 28만원,S석 18만원으로 낮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8일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회 예매는 드보르자크 작품을 연주한 7일보다 200여석이 적다.

이는 브루크너가 국내에서는 비교적 '인기 없는'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공연 레퍼토리가 차이코프스키,베토벤 등 인기 작곡가의 작품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이에 대해 "브루크너는 교향곡의 정점에 있는 작품들을 썼고 특히 8번은 교향곡의 완전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곡으로 금관과 현악기 소리가 인상적인 작품"이라며 "클래식 애호가라면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네 가지 판본 중 노박 판을 들려준다. 원본보다 45마디가 적어 브루크너만의 전개 방법이 돋보이며,작품의 중심이 되는 3악장 등의 매력도 즐길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교향악단인 LGO는 설립된 지 230년이나 된 독일 오케스트라의 어머니입니다. 브루크너의 작품은 LGO의 대표적인 레퍼토리죠.22년간 오케스트라를 이끈 아르투르 니키슈가 정기적으로 부르크너의 곡을 연주했고 이 전통은 계속되고 있어요. "

샤이는 2005년 16년동안 이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에서 LGO로 옮겼다.

"LGO는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의 상주 관현악단,성 토마스 교회의 반주악단이기도 해서 오케스트라 연주와 오페라,바로크 음악 등 3개 프로젝트를 한번에 진행할 수 있는 큰 매력이 있습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은 것이 제 명성의 비결이지요.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