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 후보 1순위로 꼽혀온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48 · 사진)이 6일 현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마에하라 외상은 이날 사임 의사를 간 나오토 총리에게 전달했다. 그는 지난 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정치헌금 20만엔(270만원)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받았다"고 시인하면서 야권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마에하라 외상은 외국인으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은 것이 현행법에 어긋나는 데다 야당은 물론 민주당 당내에서도 사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이 외국인과 외국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의로 돈을 받았다면 3년 이하 금고형이나 50만엔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마에하라 외상에게 정치헌금을 건넨 외국인은 재일 한국인 장모씨(72 · 여)이다. 교토시 야마시나구에서 불고깃집을 운영 중인 그는 6일 "마에하라가 중학교 2학년 때 이곳으로 이사왔고 가족들과 함께 우리 가게에서 자주 식사했다"며 "(마에하라의) 부친이 일찍 돌아가셔서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지만 (두 집안은) 서로 친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외국인 정치헌금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지도 몰랐고 도와준 돈을 정치자금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2005년 이후 해마다 5만엔씩 한국명이 아닌 일본 이름으로 마에하라 외상의 정치단체에 기부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