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주 후반 이틀(3~4일)간 리비아사태 조기 해결에 대한 기대로 56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엿새 연속 '팔자' 행진을 마무리한 '사자'였다.

돌아온 외국인의 입맛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는 정보기술(IT)이 속한 전기전자와 자동차가 포함된 운수장비 일색이었다. IT와 자동차 업종의 주가 수준이 낮은 데다 미국 경기 회복의 직접적인 수혜를 볼 업종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만 아직은 외국인의 본격 귀환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외국인 순매수 1위는 기아차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재차 '사자'로 돌아선 지난 이틀간 기아차를 가장 많은 124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현대차가 766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682억원) 삼성SDI(557억원) 현대모비스(500억원) 하이닉스(415억원) 삼성전기(392억원) 만도(280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화재(311억원) 호남석유(220억원)를 빼면 모두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업종이었다.

전기전자와 운수장비는 작년 21조원 이상 순매수한 외국인이 화학(4조원)과 함께 가장 많이 사들인 3대 업종이다. 지난달에는 전기전자 5200억원,운수장비 3700억원을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재차 사들이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으로 주가 수준도 낮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종의 올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에 머물러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후반 미 증시 상승은 고용지표 개선이 큰 몫을 했다"며 "미국 내 고용 증가는 곧 소비 확대로 이어져 미국 관련 수출 업종이 수혜를 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IT 자동차가 타깃이란 설명이다.

지난주 싱가포르 투자설명회를 다녀온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중장기 투자 외국인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삼성전자의 추가적인 하락 위험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일방적 순매도는 일단락

외국인의 지난달 일방적인 순매도(3조4756억원)는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자금의 이머징시장 유출 규모가 줄고 있는 데다 국내 증시의 조정으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설 연휴 이후 미국 시장금리 상승으로 선진국과 이머징시장 간 자금 흐름의 차별화가 나타났다"며 "미국 금리가 안정세로 돌아선 상황이어서 지난달처럼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의 본격 복귀로 보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김상욱 크레디트스위스 해외세일즈 총괄 상무는 "전체 시장에 대한 매수는 아니다"며 "외국인은 일부 과매도 업종만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외국인 순매수가 3955억원에 달했지만 매수(1조3800억원) 매도(9800억원)를 합친 총 거래대금은 2조3000억원에 그쳤다. 통상 거래대금인 3조5000억~4조원 정도는 돼야 외국인 순매수를 의미있는 시각 변화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은 들락날락하는 가운데 몇 가지 추가로 확인하려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조 센터장은 "미국의 고용과 제조업 핵심 경제지표 개선에 이어 경기선행지수의 3월 저점이 확인되면 글로벌 자금은 이머징시장으로 본격 환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반전은 위험 선호도 증가와 이머징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사자'와 '팔자'가 혼재될 것이란 진단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