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초과이익 공유제' 강행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대기업들이 술렁이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정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면서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는 모습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 위원장의 발언 수위로 볼 때 그냥 넘어갈 것 같지가 않아 관련 팀에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정 위원장의 주장이 현실화되면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 로드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초과이익 공유제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했을 때만 해도 상당수 기업들은 관망했다. 현행 법 체계에 배치되는 제도인 만큼 반론이 거세지면 백지화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정 위원장이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대기업의 초과이익을 거둬 기금을 만든 후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들고 나오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똑 부러질 정도의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동반성장이란 명목의 '준조세'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게 대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전자업종 대기업 임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경제단체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대정부 채널을 총동원해 이익 공유제의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말했다.

공식석상에서 이익 공유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노희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이 2일 "동반성장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하며 자율적으로 기업들이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3일에는 노학영 코스닥협회 회장(리노스 대표)이 입을 열었다. 노 회장은 "동반성장위의 이익 공유제는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소지가 있다"며 "중소기업이 적정한 이익을 올려 생산시설이나 연구 ·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으로 분류된 56개 대기업뿐 아니라 섬유산업연합회 코스닥협회 등 중소기업 성격이 강한 단체들까지 동반성장위의 이익 공유제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며 "정 위원장이 무리수를 뒀다는 게 증명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이익 공유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이익에는 하도급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나 환율 등 외부 변수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는데 하도급 업체에만 이익을 돌려준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형석/서욱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