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공황을 막은 것으로 평가받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투자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통화정책을 놓고 충돌했다. 버핏은 FRB가 경기 부양을 위한 2차 양적완화 정책을 거둬들일 때라고 주장한 반면 버냉키는 3차 양적완화도 배제하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일 상원에 이어 2일 하원 청문회에 출석,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FRB가 원하는 것은 경제가 지속적으로 회생하는 것"이라며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지거나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6월 말까지 시한인 2차 양적완화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는 "3차 양적완화도 생각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에 대한 FRB의 의무와 연계된 문제"라고 답변했다. 경기 사정이 나빠지면 3차 양적완화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시장에서는 해석됐다. FRB는 이날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12개 연방은행 관할 지역의 경기가 지난 1월~2월18일 완만한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선 "물가가 너무 낮거나,너무 높은 상황 모두를 매우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인플레가 가져오는 위험을 깊이 유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야당인 공화당이 2011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예산 지출을 610억달러 삭감키로 한 것에 대해 "작은 문제가 아니다"며 "공화당의 예산 삭감안은 향후 2년간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려 일자리 20만개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버핏은 이날 미 CNBC 방송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FRB와 연방정부가 그동안 취해온 강도 높은 통화 및 재정 부양책이 더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적완화와 관련,"버냉키 의장을 존경하지만 정책에 변화가 있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지난 2년간 경제가 서서히 개선되는 것을 봐왔다"면서 "미 경제 시스템이 견고하고 탄력이 있기 때문에 향후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월 9%를 기록한 실업률도 "2012년 대선쯤에는 7%대 전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에 육박하는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단기 기준금리를 낮추는 전통적 방식을 뛰어넘는 통화공급확대 정책.시중에서 국채나 다른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사들여 통화를 대량 공급한다. 미국 FRB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내린 뒤 단기 금리정책을 더 쓸 수 없게 되자 국채와 주택담보 장기채권 1조8000억달러어치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