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미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한 데 이어 곧바로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나 같으면 2012년 대선에 나오지 않겠다. "

2일로 80세 생일을 맞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사진)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러시아 민주주의를 뒤로 돌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발간된 러시아 주간 '아르구멘티 이 팍티(논쟁과 사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간적으로 메드베데프와 푸틴이 (나를) 잘 대해주고 있다"면서도 "그들은 이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 국민들은 수십년간 똑같은 '목동'의 말을 듣는 순한 양떼로 머물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십년간 권좌에 머물면서 국민들을 질리게 만든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말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는 또 "개인적으로 무바라크를 잘 아는데 그는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국민을 질리게 했고,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고르바초프는 인테르팍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재 러시아 상황을 불안정하고 발전이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당장 대규모 기아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인권과 자유에 대한 공격도 자행되고 있는데,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중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폈던 고르바초프는 푸틴 대통령 시절부터 권위주의 강화와 민주주의 후퇴 등을 수시로 비판해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