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무용론' 왜 나오나] 정권 바뀔 때마다 1~2곳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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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항 14곳 중 3곳만 흑자…울진공항은 훈련센터로 전락
2일 오전 11시 청주국제공항.일본 오사카(大阪)행 대한항공 KE735편에 오른 승객은 17명. 전체 149석의 11%만 자리를 겨우 채웠다. 이처럼 청주국제공항은 무늬만 국제공항이지 극심한 이용객 부족으로 경영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루 두세 편 운항하던 오사카 · 홍콩 · 방콕행 항공편 가운데 7일부터 오는 7월1일까지 홍콩편 운항을 잠정 중단한 처지다.
공항 매점 관계자는 "평소에도 공항 관리직원이 아니면 인기척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청주공항은 2009년 58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으로는 처음 민간 매각 작업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공항의 적자는 청주공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14개 공항 중 수익을 내는 곳은 김포 · 제주 · 김해 3곳뿐이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매년 10억~70억원대의 적자 행진을 벌인다. 이에 따라 3개 공항에서 낸 흑자로 적자 공항을 먹여 살리느라 정작 3개 공항의 시설 개 · 보수를 제때 하지 못해 노후화하고 있다.
이렇게 공항이 부실화한 데는 정치권 탓이 크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유력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이 무리하게 지방공항 건설을 밀어붙여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공항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지방공항이 한두 곳씩 늘어나곤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엔 양양공항이 개항했고,김대중 정부 때는 울진공항이 건설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동남권 (영남) 신공항 건설 계획이 나왔다. 여기에 정부의 안일한 이용객 예측이 지방공항의 부실을 더욱 부추겼다.
경북 울진공항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공항은 국토부가 당초 연간 50만명의 탑승객 수요를 예측하고 1999년 공사를 시작해 1100억원을 쏟아부었으나 수요가 없어 개항이 2003년에서 2005년,2009년 말로 계속 연기되다 항공기 한번 띄워보지 못하고 지난해 다시 50여억원을 추가 투자해 비행조종훈련센터로 용도를 변경했다. 1989년 11월 개항한 경북 예천공항도 한때 연 40여만명이 이용했으나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이용객이 급감해 2004년 5월 폐쇄됐다.
2002년 문을 연 강원 양양국제공항은 개항 6년여 만인 2008년 대한항공이 만성 적자를 이유로 양양~김해 노선을 폐지하면서 정기노선이 하나도 없는 유령공항 신세가 됐다. 서남부 지역의 국제 관문 역할을 기대해 2007년 11월 개항한 전남 무안국제공항도 현재 국제선 정기노선은 주 4편(무안~상하이 2편,무안~베이징 2편)에 불과하다. 국내선은 무안~제주 간 주 2편뿐이다. 이 밖에 강원 원주,전북 군산,전남 여수,울산,경남 사천,경북 포항에 있는 국내 공항은 모두 제주 및 김포 노선을 운항 중이나 하루 1~10편으로 명맥을 잇는 데 그치고 있다.
이처럼 사전 예측을 잘못해 신규 공항이 생기거나 몸에 맞지 않는 시설을 지었다. 수요 예측 부풀리기에 따른 재정 지원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KTX 개통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고속도로 때문에 지방공항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부축에 위치한 대구나 울산,포항공항 등은 KTX 개통과 함께 이름뿐인 공항으로 전락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