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연일 신공항 무용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정두언 의원이,2일엔 안상수 대표가 가세했다. 안 대표는 "신공항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궐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미묘한 시점에 잇따라 터져나온 여권 중진 의원의 발언은 얼마 전 "상반기 내 후보지를 선정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확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정권마다 공항 하나를 건설해온 점에 비춰 동남권 신공항이 또 하나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성 없다'…정치논리로 재부상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거론됐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2009년 12월 발표난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 보고서에서는 뜻밖의 결과가 공개돼 제동이 걸렸다.

보고서에는 신공항 후보지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2곳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편익 비율(경제성)은 가덕도(0.7)와 밀양(0.73) 모두 1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이 지수가 통상 0.8을 넘어야 정책적 판단에 가중치를 부여해 사업을 추진했다. 두 지역 모두 이보다 낮게 나와 신공항 건설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난 셈이다. 한 전문가는 "경제성이 없다는 게 맞을 것"이라며 "정부가 하루빨리 입장을 정리해야지 지역주의나 공약 때문에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15년까지 착공계획 없어

신공항의 경제성이 낮은 걸로 판명나면서 담당 부처인 국토해양부의 행보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 결과 발표를 작년 9월,11월로 연기하더니 12월에는 2011년 3월 입지 선정'기준'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가 한발씩 빼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국토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지난 1월4일 또 한번 재현됐다. 국토부는 광주 · 무안공항 통합 등 10페이지가 넘는 중장기 공항개발계획(2011~2015년)을 발표하면서 정작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관련 자세한 계획이나 일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3월 입지 선정 기준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내용만 참조용으로 한 줄 들어 있었다. 신공항을 짓는 데 통상 10년 넘게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개발계획과 달리 2015년까지는 동남권 신공항 착공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국토부는 또 중장기 항공 수요 평가 부문에서 향후 수요를 국내선 250여만명,국제선 64만여명을 줄이는 등 항공 수요를 대폭 낮춰 발표했다.

국토부 산하기관의 한 연구원은 "동남권에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면 정치논리보다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빨리 후보지를 선정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공항 확장론 힘받는다

신공항 건설 무용론이 불거지면서 김해공항 확장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해공항 대안론은 철저한 경제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공항 후보지별 사업비가 가덕도 9조8000억원,밀양 10조3000억원이 들지만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절반 수준인 4조원가량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신공항을 건설하더라도 김해공항과의 통합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무안국제공항이 개항 4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까지 국내선은 여전히 광주공항에 남아 있다. 무안국제공항 건설 당시에는 완공 후 목포공항과 광주공항의 민항 기능을 신공항이 흡수하는 것으로 계획됐었다. 2009년 530억원의 흑자를 낸 김해공항이 흡수 통합에 반대한다면 제2의 무안공항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허종 한국항공정책연구소장은 "신공항이 기존 김해공항의 수요를 흡수하지 못한다면 동남권 신공항은 수조원의 투자비를 낭비한 뒤 연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괴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