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도 'IRA(개인퇴직계좌)'는 아직 생소한 단어다. 하지만 이 IRA로 예금을 가입해 1 · 2금융권에서 다른 조건없이 연 4.5~5.0% 수준의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누구든지 관심을 가져볼 만한 수단이 아닐 수 없다.

IRA는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를 줄인 말로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퇴직금 전용통장을 말한다. 이 통장에는 개인들이 보유한 일반 여유자금은 입금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퇴직금 중도정산 자금 또는 직장을 실제로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만 넣을 수 있다. 2005년 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제정되면서 판매가 개시됐다. 소중한 퇴직금을 젊었을 때 소비시키는 대신,노후에 접어들 때까지 잘 관리해 안정적인 생활자금으로 활용하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퇴직자금 세금 내지 않고 복리로 계속 투자

급여소득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는 세제 혜택이다. 일반적으로 중도정산이든,실 퇴직금이든 수령할 때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잔액을 일시금으로 받게 된다. 그런데 이 퇴직자금을 IRA계좌에 입금하면 원천징수된 세금을 최대 100%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즉 퇴직소득세 징수시점을 퇴직 시점이 아닌 미래 시점으로 이연시켜 주는 것이다.

미래 시점이란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 또는 IRA계좌를 해지할 때다. 이렇게 되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세전 퇴직금을 전액 고금리 예금 또는 고수익 금융상품에 복리로 계속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 비과세 투자 기간이 길수록 가입자에게 유리하다.

또 IRA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에는 이자 · 배당소득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통상 이자소득에는 15.4%의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데,IRA계좌에서 발생된 이자수익에는 이자소득세가 아닌 퇴직소득세가 부과된다. 현재 퇴직소득세는 누진형의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되긴 하지만,퇴직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매우 큰 폭으로 적용되다 보니 일반적인 국민들은 대략 3~4% 정도의 저율로 과세되고 있다. 이 또한 따지고 보면 큰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IRA는 다양한 투자수단 담는 그릇

IRA는 현재 국내 급여소득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재직자의 경우 DB(확정급여)형 또는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다른 회사로 직장을 옮길 때에는 DB형이든 DC형이든 일시금을 수령하도록 돼있다. 이때 받는 일시금을 세제혜택을 유지하면서 계속 관리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수단이 바로 이 IRA이다.

또 재직 중 중도정산이 가능하므로 중도정산 자금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IRA로 입금할 수 있다.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 등 은퇴시점이 가까워 실제 퇴직하는 직장인들도 당연히 가입 대상이다.

은퇴를 앞두고 IRA에 가입할 경우 투자수단은 주로 원리금보장형 예금,국공채,채권형펀드 등 안정적인 상품이 대부분이다. 반면 중도정산이나 이직 등의 사유로 젊은 사람들이 가입하는 경우 투자수단은 안정형 상품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펀드,해외펀드,ELS(주가연계증권),채권 등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즉 젊은 직장인들은 수령단계보다는 운용단계에서 원금을 더 불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IRA는 특정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투자성향에 따라 다양한 투자수단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러므로 IRA 가입 금융기관을 선택할 때 그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상품의 양과 질,개인 금융상담에 대한 성실성 등을 꼭 짚어봐야 한다.

◆스마트형 펀드,전용 랩어카운트 등 상품 다양해져

한국보다 은퇴시장의 역사가 훨씬 오래된 선진국 사례를 보면 IRA는 은퇴 관리의 필수품이다. 미국의 IRA 자금 규모는 지난해 4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퇴직연금 전체시장에서 41%의 점유율을 차지해 오히려 DB/DC형보다 더 크다.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DB 또는 DC로 시작하지만 중간에 이직하거나 실제 퇴직을 할 때에는 모두 IRA로 퇴직금을 일원화시켜 관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IRA 시장도 2009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성장,지난해 말에는 총적립금 규모가 2조4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배로 급증했다. 다만 IRA 적립금 1000억원 이상을 유치한 금융사는 전체 퇴직연금사업자 50여개 중에서 9개(작년 연말 기준)에 불과하다. IRA 자체가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아직은 신규사업에 속하기 때문이다.

2011년 올 한 해도 IRA는 계속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운용단계에서 가입가능한 상품이 스마트형 펀드,퇴직연금 전용 랩어카운트 상품 등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수령단계에 대한 관심도 점차 늘어나 연금형 예금,연금지급식 펀드상품 등도 새롭게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올해부터는 급여소득자가 아닌 자영업자들에게까지 IRA의 가입 대상자가 확대되고,그 명칭도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로 바뀌게 된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속속 진행되며 고령화는 꺾을 수 없는 추세가 됐다. 50대 이상은 물론 20~40대에게도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는 시금석으로서 IRA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김용태 동양종금증권 퇴직연금사업팀장 ytkim@my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