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출생 비밀을 가려달라'는 친자 확인 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유전자 감식 기술의 발달로 친자 확인방법이 간편하고 정확해지면서 유전자 검사가 성행하고 있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 부모 · 자녀관계를 확인해 달라는 친자확인 소송(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송)이 크게 늘면서 2009년 한 해에만 4301건이 전국 1심 법원에 접수됐다. 2005년에는 2227건이었지만 2006년 2353건,2007년 2671건,2008년 3467건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친자확인 검사 비용이 적게 들고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것도 소송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민간 전문업체를 이용(검사 비용 30만~50만원)하면 24시간 내에 결과가 나온다.

민간업체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불륜관계나 숨겨놓은 자식 등과 관련된 의뢰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교포들이 한국인과의 친척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민간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법원은 민간업체의 유전자 검사 신뢰도나 합법성을 인정해 준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서울대 병원에 유전자 감정을 의뢰하기도 하지만 민간업체에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친자관계 확인 사건이 가정법원까지 갈 경우 대부분 원고가 주장하는 의혹이 사실인 경우가 많다는 게 법원 측 설명이다. 예컨대 아들이 특정인을 친아버지라고 주장한다면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고,아버지인 의뢰인이 자식을 친자식이 아니라고 주장할 경우 실제로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부모와 자신의 관계를 인정해 달라는 인지소송 역시 2009년 전국 법원(1심)에서 처리된 342건이 대부분 원고 승소 또는 합의로 종결됐다.

하지만 법원이 의뢰하는 검사와 달리 개인이 타인 몰래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유전자 검사업체 휴먼패스 이승재 대표는 "본인 동의가 없으면 당사자의 유전자를 검사할 수 없다"며 "간접적으로 유전자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