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남자골퍼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세계 톱랭커 64명이 출전한 월드골프챔피언십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컵을 안은 데 이어 세계랭킹 상위권을 점령했다.


세계프로골프투어연맹이 28일 발표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마르틴 카이머(독일)는 평점 8.36으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를 2위로 밀어내고 새로운 1인자에 올랐다.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카이머를 3&2로 제치고 우승한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지난주 9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고,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지난주와 같은 4위에 랭크됐다.

유럽 선수들이 랭킹 1~4위를 독차지한 것은 1992년 3월15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스윙 머신' 닉 팔도(잉글랜드)가 랭킹 1위였다. 유럽 선수들 중 폴 케이시(잉글랜드),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7,8위에 올라 미국을 제치고 랭킹 '톱10'에 6명이나 포진했다. 지난주까지 랭킹 3위였던 타이거 우즈는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초반 탈락하는 바람에 5위로 처졌다. 5위였던 필 미켈슨(이상 미국)은 6위로 밀렸다.

유럽 남자골프가 미국을 제치고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우즈의 부진,넓은 선수층과 고른 기량에서 찾을 수 있다. 우즈는 교통사고,이혼,코치 교체 등으로 약 15개월간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11월1일 1위 자리를 웨스트우드에게 내주었고,지난달 24일에는 3위로 떨어지더니 결국 5위로 추락했다. 2005년부터 5년여째 '황제' 자리를 지켜오던 우즈가 내려가고 미켈슨마저 결정적인 순간 미끄러지면서 유럽 선수들이 랭킹 상단을 점령했다.

맨 먼저 우즈 자리를 꿰찬 웨스트우드는 메이저대회 우승 없이도 17주째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바통을 카이머가 이어받았고 도널드와 맥도웰,케이시,매킬로이가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

랭킹 1,2위 카이머와 웨스트우드의 평점 차는 0.2다. 웨스트우드와 도널드 간 차이는 1.52점으로 큰 편이지만 3,4위인 도널드와 맥도웰의 평점 차는 0.2다. 매주 열리는 대회 결과만으로 랭킹이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카이머는 장타력이나 정확도,쇼트게임 등에서 중위권이나 볼 스트라이킹 능력은 뛰어나다는 평가다. '17주 천하'의 주인공 웨스트우드는 장타력과 정확성을 고루 갖췄다. 유러피언투어 상금왕을 차지하고 라이더컵에서 활약했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

도널드는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결승까지 여섯 번(108홀)의 매치를 89홀에서 끝내고 단 한 차례도 상대 선수에게 이끌려가지 않을만큼 1대1 승부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샌드세이브(그린주변 벙커에서 2타 이내에 홀아웃하는 확률)가 73.9%에 이를 정도로 벙커샷에 일가견이 있다.

맥도웰은 2008년 제주에서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우승해 국내 팬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US오픈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땄고,라이더컵에서 유럽팀 승리를 이끌었다. 셰브론월드챌린지에서는 연장전 끝에 우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만큼 승부근성과 아이언샷이 뛰어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