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주장한 '대기업 이익 공유제(profit sharing)'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8일에는 당 · 정 · 청과 중소기업에서 동시에 성토 목소리가 나왔다. 강도는 달랐지만 정 위원장의 발언이 '너무 나갔다'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었다.

한나라당에서는 공식회의 석상에서 '급진 좌파'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우파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을 주장했던 홍준표 최고위원마저 "정부 총리까지 맡은 분이…"라면서 정 위원장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이익을 직접적으로 나누는 방안보다 "납품단가연동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정상적인 이윤을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내년 총선 ·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익 공유제 발언'처럼 자칫 재계로부터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빨리 선을 긋는 게 좋다는 여당 지도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의원은 "상생하자는 의도는 좋지만 이익을 나누자는 것은 기업으로서 실현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 사유재산보장이라는 자유시장경제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생각을 정리한 후 발언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황식 총리도 이날 국회 답변에서 "이익 공유제는 아직 내용이 심도 있게 검토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제한 뒤 "상당히 파격적 내용"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청와대는 속앓이 중이다. 재계 반발은 심한데 청와대가 직접 임명한 전직 총리의 발언이기 때문에 공식 대응하기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정책라인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낸 분이고 국정 핵심 아젠다를 책임지는 동반성장위원장을 맡고 있어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검토되지 않은 방안이고 개인적인 의견"이라고만 언급했다.

이익공유의 당사자인 중소기업들조차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동반성장위원회가 향후 정책방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아마 의도가 잘못 전달돼 나온 오해일 것"이라고 촌평했다.

정 위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이익 공유제는 강제성이 있거나,대기업에 현금을 달라는 제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협력을 지원하는 차원의 아이디어일 뿐인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수진/홍영식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