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지난 25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으로부터 '일격'을 당했다. 한국거래소가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28일로 예정된 하나금융 신주 상장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조3352억원(3119만주)의 유상증자를 21일 마쳤다. 청약과 주금 납입도 모두 끝냈다. 그런데 24일 외환은행 노조 간부 등으로 구성된 소액주주들이 유상 증자를 무효화해 달라며 하나금융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거래소는 자체 규정에 따라 전격적으로 하나금융 신주 상장을 유예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헤지펀드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화돼야 하며 감독 당국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을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당혹감을 넘어 분노의 감정을 아무런 여과없이 표출하고 있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이번 소송 건은 딜을 깨겠다는 매우 악의적인 행위"라며 "이번 일에 대해서는 관련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노조 집행부는 물론 임원부터 지점장급까지 투쟁에 적극 가담한 외환은행 직원들을 알고 있지만 그동안 대승적인 차원에서 외환은행 노조에 대한 대응을 자제해 왔다"며 "성실하게 고객 관리를 해온 직원들과는 다르게 대우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 4명이 보유한 하나금융 주식은 150주다. '소액주주 이익 보호'차원이라기보다는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방해하기 위한 외환은행 노조의 술책'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 하나금융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노조가 그런 식의 방해공작을 폈더라도 은행의 경영을 책임 진 고위 관계자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화학적인 통합을 이뤄내는 작업은 노조가 아닌 경영진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주식 상장유예 조치를 빨리 풀어 기관투자가들의 애로를 해결하는 동시에 외환은행 직원들과 쌓인 앙금을 푸는 것이 오히려 더 시급하다.

이호기 경제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