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지난해 가계동향에 따르면 상위 20% 계층의 가처분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66으로 전년도의 5.75보다 낮아졌다. 가처분소득은 개인이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에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복지비 등 '공적 이전소득'을 더하고 사회보험료 등 '공적 비소비지출'을 뺀 값으로 복지정책을 통한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고 난 다음의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정책이 작용하기 전 단계인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은 지난해 7.74로 전년도의 7.7보다 확대됐다. 지난해 계층 간 소득 격차가 줄었지만 복지정책의 효과를 빼고 계산한 소득 불균등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득서열 기준으로 중간에 있는 사람(중위소득자)이 벌어들인 소득의 절반 미만을 번 소득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전년도의 15.3%보다 0.4%포인트 하락했지만 시장소득만 따져 계산한 상대적 빈곤율은 18.0%로 전년도의 18.1%에서 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시장소득 격차가 여전한데도 가처분소득 격차가 감소한 데에는 복지정책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컸다. 복지정책의 소득 재분배 효과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불평등 정도가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불평등 정도에 비해 얼마나 완화됐는지를 나타내는 소득분배 개선율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5분위 배율의 소득분배 개선율은 26.9%로 전년도의 25.3%보다 높아졌다. 5분위 배율의 소득분배 개선율은 2006년 19.1%,2007년 21.0%,2008년 22.6% 등으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상대적 빈곤율을 기준으로 한 소득분배 개선율도 지난해 17.2%로 전년도(15.5%)보다 상승했다.

시장 자체에서 발생하는 불균등을 줄이지 않은 채 복지정책만으로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인성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중소기업과 내수업종 등 상대적으로 뒤처진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내 양극화를 줄이는 것이 소득 격차 완화를 위한 근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